이성자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 위작 판명

올 초 위작으로 판명된 이성자 화백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 진품은 유족이 2014년 구입해 보관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15년간 소장해온 이성자(1918~2009) 화백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위작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술관 소장품 중 위작으로 판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술관의 부실한 작품 관리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2003년 서울옥션을 통해 3,770여만원에 이 화백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을 구매했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이 화백은 한국적 이미지들을 서양의 추상사조에 접목시키며 미세한 점과 선을 통해 풍경을 묘사한 작가로 유명하다.

2012년 이 화백의 유족들에 의해 위작 의혹이 제기됐지만 미술관은 서울옥션에서 제공한 진품확인서만으로 논란을 마무리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당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으로 시끄러워 미술관으로서는 다른 작품들도 줄줄이 위작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논란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 화백의 회고전을 준비하던 미술관 담당 학예사가 다시 한번 위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미술관은 올해 2월 전문가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꾸려 위작으로 최종 결론 냈다. 위작으로 판명된 작품에는 이 화백의 작품 서명인 영문 이니셜의 일부가 빠져 있고, 캔버스 뒷면에 이 화백의 친필 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은 “제작ㆍ유통 과정의 위법성에 대해 검찰수사를 의뢰했지만 8월 수원지검으로부터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수사 불가 통보를 받았다”면서 “작품 처리 방안과 판매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림을 판매한 서울옥션은 “일단 환불 처리한 후 작품의 소장 경로 등을 역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소장품은 약 8,000점. 이중 작품의 진품확인서가 있는 작품은 10%도 채 안 된다. 김재원 의원은 “미술관의 소장품의 작품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면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술관 측은 “대부분의 작품을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해 구매계약서를 통해 진위를 가릴 수 있다”고 해명하고 위작구매 관련 재발방지를 위해 7월 작품 수집규정을 개정해 소장품 수집 분야를 한국 근대미술, 현대미술, 국제미술, 응용미술의 4개 분과로 세분하고, 미술관 외 위원을 포함하여 가치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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