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넥센 박병호가 잠실 두산전에서 비거리 140m를 기록한 홈런 낙하 지점. 스포티비 캡처

지난 10일 두산-SK전에서 17년 만에 잠실구장 장외홈런이 나왔다. 괴력의 주인공은 SK의 제이미 로맥(33)이었다. 로맥은 10-4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두산 장민익의 4구째를 통타해 잠실구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잠실구장에서 장외홈런이 나온 건 2000년 김동주, 2001년 타이론 우즈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장외로 타구를 보내는 건 이승엽(전 삼성)도, 박병호(넥센)도 경험한 적 없을 만큼 어지간한 괴력이 아니고는 어렵다.

그런데 로맥의 홈런 비거리는 불과 135m로 추정됐다. 폴 쪽에 치우쳐 지붕 위로 살짝 넘어간 것도 아니었고, 좌측에서 좌중간 쪽 외야 벽 위로 훌쩍 날아갔다. 기술적인 홈런 비거리 측정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KBO리그에서 장외로 날아가는 홈런은 더더욱 눈대중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어림 잡아도 140m 이상은 족히 날아갔음 직한 타구였기에 의아하다. 결정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나는 무성의한 측정이란 증거가 있다. 지난 6월21일 잠실 두산전에서 박병호가 4회초 좌중간 관중석 최상단에 꽂은 홈런 타구의 당시 공식 비거리가 140m였다. 같은 날 넥센 마이클 초이스의 홈런도 140m가 나왔다. 이밖에도 잠실구장 관중석 상단을 직격하는 타구에도 135m 이상을 준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타구의 궤적까지 감안했다 하더라도 ‘잠실구장 135m 장외홈런’은 넌센스다. 박병호는 과거 목동 시절 짠 홈런 비거리에 민감했던 적이 있다. 어차피 기록과 무관하고 정교한 시스템이 없다면 차라리 후하게 주는 쪽이 홈런 타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팬들에게도 쾌감을 선사할 수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국내 기록원들의 비거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박병호가 목동 KT전에서 친 시즌 45호 홈런을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35m로 발표했다. 그러나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이 추적한 비거리는 무려 159m. 이를 이용해 미국과 일본은 1피트(0.3m) 단위로 슬러거들의 진면목을 가린다. 37년째를 맞은 KBO리그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분야로 남아 있는 홈런 비거리 측정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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