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전ㆍ현직 지도부 가족도 홍콩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시세차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누나와 조카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한 고급주택. 빈과일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전ㆍ현직 중국 최고지도부 가족들이 편법까지 동원해 홍콩에 많게는 1,000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근 세계적 톱스타와 국제기구 수장에게까지 반부패 칼날을 들이댔던 중국 권력층의 표리부동을 보여주는 모습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10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의 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와 조카 장옌난(張燕南)은 1990년대부터 신분을 숨긴 채 부동산 회사를 내세우거나 여러 명의 중개인을 거치는 방식으로 홍콩 부동산에 투자했다. 이들이 보유 중인 고급주택 등 부동산 8채의 시가는 모두 합쳐 6억4,400만홍콩달러(약 9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2009년 1억5,000만홍콩달러(약 217억원)에 사들인 리펄스 베이의 4층짜리 단독주택은 현재 시가가 3억달러(약 435억원)를 넘는다. 9년 만에 2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것이다. 치차오차오 부부는 2014년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워 거액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빈과일보는 “치차오차오와 장옌난은 현재 호주에서 살고 있지만 지금도 홍콩에 머물 때는 리펄스 베이의 고급주택을 이용한다”면서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의 월급은 1만여위안(약 16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영향력이 가족에게 가져다 준 ‘치부 효과’는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딸 리첸신(栗潛心)도 2013년 스탠리 베이에 있는 한 고급주택을 1억1,000만홍콩달러(약 160억원)에 구입해 현재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권력서열 4위 왕양(汪洋)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딸 왕시사(汪溪沙)도 2010년 총 3,600만홍콩달러(약 52억원)에 달하는 주택 2채를 사들였다가 2년 뒤 한 채를 처분하면서 222만홍콩달러(약 3억2,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현직 최고지도부만이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오촌조카 후이스(胡翼時)가 주주로 있는 부동산회사는 2013년 은행 대출로 홍콩 도심의 한 호텔을 사들였다가 올해 되팔면서 5년 만에 3억2,200만홍콩달러(약 47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장가오리(張高麗) 전 부총리의 딸 장샤오옌(張曉燕) 부부와 그 일가가 보유한 주택 20여채의 가치는 무려 8억5,700만홍콩달러(약 1,240억원)에 달한다.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 주석의 외손녀 리쯔단(李紫丹)은 24세이던 2015년에 3억8,700만홍콩달러(약 560억원)에 달하는 고급주택을 사들이면서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전ㆍ현직 중국 최고지도부 가족의 홍콩 부동산 투자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로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근래 들어선 호주ㆍ캐나다ㆍ미국 등지에 거액의 투자가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톱스타 판빙빙(范氷氷)과 멍훙웨이(孟宏偉) 전 인터폴 총재를 사실상 감금 조사하면서 탈세ㆍ비리범으로 몰아세웠다”면서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폭로는 시 주석이 강조해 온 반부패 드라이브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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