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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술을 처음 마실 때 부모에게 배워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오히려 부모의 권유로 술을 먹게 된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술을 훨씬 자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가 술을 마신 경우 자녀가 술을 마시는 빈도도 크게 올라가는 등 부모가 자녀의 음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청소년 음주조장환경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 중 60%가 한 모금이라도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0월30일~12월14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광역시 소재 중·고등학교에서 재학중인 남녀 청소년(14~19세)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최초로 음주를 경험한 시기는 중학교 재학 중(41.1%)이 가장 많았고, 29.2%는 초등학교 재학 중, 11.8%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처음 음주를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다. 13세 이하 아동청소년 10명 중 4명은 중학교 입학 전에 술을 마신 적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음주를 함께 한 사람과 음주 동기(단위: %)

청소년의 음주에는 부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셔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56.6%는 가장 최근에 술을 같이 마신 사람을 ‘가족이나 친척’이라고 응답했으며, 36.0%가 ‘친구나 동창’과 마셨다고 응답했다. 최근에 술을 마신 주된 이유도 ‘부모나 친척 등 어른이 권해서’라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호기심으로’(24.5%), ‘기분 좋게 놀고 싶어서’(23.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로부터 음주를 권유 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최근 한 달 안에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2.3배 높았다. 또한 부모가 한 달 안에 술을 마셨을 경우, 같은 기간 청소년이 술을 마실 확률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음복 문화의 영향으로 명절이나 제사 등 가족 행사가 있을 때 부모가 자녀에게 술을 권하는 경우가 잦은 우리나라의 문화가 자칫 자녀에게 음주에 관대한 인식을 갖게 하고 음주에 빨리 노출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올바른 음주 방법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권장해야 하지만 ‘취할 때까지 마시면 안 된다’ 등 절주를 강조하는 대신 이른바 ‘주도’라 불리는 ‘술 마실 때 예절’만 가르치는 것도 자녀의 음주를 오히려 조장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도 술을 얻거나 구입한 경로로는 ‘편의점, 슈퍼, 마트 등에서 샀다’는 응답이 13.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집이나 친구 집에 있는 술을 마셨다(11.1%)’, ‘성인으로부터 얻어서 마셨다(6.6%)’ 등의 순이었다.

최근 1년 동안 술 광고나 술 이미지 또는 술 마시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 매체를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지상파 TV 방송’이 6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지상파 제외 TV 방송’ (56%) 순이었다. TV 외에도 최근 청소년 사이에 이용률이 늘고 있는 인터넷 실시간 방송 사이트(51.9%), SNS(48.3%), 포털사이트(45.7%) 등을 통해서 술 광고나 술 마시는 장면을 본 경우도 절반 남짓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광고 및 음주장면 노출 정도가 최근 30일 음주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노출 매체 수가 1개 늘어날 때마다 최근 한 달 간 음주했을 가능성이 1.1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필 의원은 “음주에 관대한 사회문화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술을 접하고 있으므로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 음주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음주 예방교육은 초등학교 이전부터 시작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올바른 음주문화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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