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즐겨봐! 7330] <1> '칼로 두는 체스' 펜싱


‘스포츠 7330’은 1주일에 3번 이상 30분씩 운동하자는 캠페인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설문에 따르면 체육 활동이 일생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3%, 체육 활동이 의료비 절감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71%였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47%)’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대한체육회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맞아 직장인들의 생활체육 참여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퇴근 후 어렵지 않게 땀 흘릴 수 있는 종목들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경기 안산 KCY 펜싱 아카데미 회원들이 칼을 든 채 점프하며 환호하고 있다. 안산=배우한 기자

펜싱은 전문 선수들만 하는 엘리트 스포츠, 배우고 싶어도 비용이 많이 드는 귀족 스포츠란 이미지가 짙다. 마스크, 천 프로텍터, 도복, 전자 재킷, 장갑, 칼, 신발 등 당장 마련해야 할 장비만 10개 남짓이니 그럴 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는데 2008년 ‘장래에 해보고 싶은 운동 종목’ 설문 응답에 펜싱은 없었다. 그러나 2017년 전체 50개 종목 중 39번째에 펜싱이 있다. 인식이 꽤 달라졌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대한펜싱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펜싱 동호인 클럽은 약 80여 개. 이 중 절반이 서울, 경기에 몰려있지만 지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에는 펜싱 장비를 빌려주는 동호인 클럽도 많이 생겼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KCY 펜싱 아카데미도 회원들에게 모든 장비를 대여해 준다. 중국산 중저가 브랜드가 아닌 전문 선수들이 보편적으로 쓰는 독일산 제품이다. 레슨비는 성인의 경우 1주일에 5일(평일) 기준 월 20만원이다. KCY 펜싱 아카데미 최규혁 대표는 “2104년 펜싱 클럽을 처음 열었을 때는 회원 숫자도 적었고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 외국 대학의 특례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유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3~4년 사이 초등학생과 일반 직장인들 숫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펜싱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아 방송 중계가 많이 된 영향도 크다. 초등학생이 크게 늘어난 건 학부모들 사이에서 펜싱이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입 소문이 난 덕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레슨비는 1주일에 3회 기준 월 12만원이다.

운동에 여념이 없는 직장인 펜싱 동호인들. 안산=배우한 기자

지난 8일 오후 9시경 KCY 펜싱 아카데미를 찾았다. 퇴근 후 운동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성인반은 오후 8시 시작해 11시에나 끝난다. 평일 밤 늦은 시간인데도 10명 남짓 동호인들이 내뿜는 열기로 피스트(펜싱 코트)는 후끈했다. 상대 몸을 정확히 찌르거나 벨 때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부저 소리가 경쾌했다.

펜싱은 복싱이나 유도 등 격투기 종목을 할 때와 비슷한 스릴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안전해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안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남현진(30)씨는 지난 해 12월 펜싱을 시작했다. 이색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으로 펜싱을 경험한 뒤 집 근처에 클럽이 있다는 걸 알고 등록했다. 지금은 출석률이 가장 좋은 회원이다. 남씨는 “펜싱을 처음 배울 때는 칼에 대한 공포도 있었고 찔리면 멍이 들기도 해 주변에서 걱정도 했다. 그러나 정적이지 않고 다이내믹하다는 점에 빠졌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발목 불안정증이 있어 자주 넘어지는 바람에 침 맞는 게 일상이었는데 펜싱 칼을 잡은 뒤 한의원 갈 일이 없어졌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펜싱은 칼로리 소모가 많다. 3분 3라운드(라운드마다 1분 휴식)를 마치면 엄청난 땀이 쏟아진다. 치과의사 이태호(65)씨는 2000년 남자 펜싱 국가대표 김영호가 비유럽인으로는 처음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매료돼 펜싱에 입문했다. ‘동호인 1세대’격인 그는 펜싱 전엔 에어로빅을 3년 이상 했다. 에이로빅 팀을 구성해 대회에 나갈 정도로 열심이었던 이씨는 “펜싱을 1라운드만 뛰었는데 에어로빅을 1시간 정도 할 때와 비슷한 양의 땀이 나오더라. 그 정도로 운동량이 상당하다”고 했다.

펜싱 선진국 유럽에서는 펜싱을 ‘칼로 하는 체스’라고도 한다. 그만큼 빠른 두뇌 회전을 필요로 한다. 대학교 4학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최 대표는 “20년 이상 펜싱을 했지만 끊임 없이 상대와 수 싸움을 하기에 피스트에 설 때마다 새롭다. 이런 점도 펜싱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안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