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기도 전에 좌석점유율 70%

국립극단 신작 ‘오슬로’ 전미도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전미도는 "한국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에도 자주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국립극단의 신작 ‘오슬로’는 지난달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홈페이지가 마비된 데 이어,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객석점유율이 70%를 넘어섰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취임 후 첫 연출작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모다 율 역할을 맡은 배우 전미도(36)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작용했다. 대중적으로는 ‘닥터 지바고’의 라라 등 뮤지컬 배우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전미도는 소극장과 대극장을 오가며 꾸준히 무대에 서 온 연극 배우이기도 하다. ‘오슬로’ 연습에 한창인 그를 최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오슬로’는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극적으로 체결된 ‘오슬로 협정’의 뒷이야기를 그린다. 일촉즉발 상황이었던 두 나라 간 비밀협상을 가능하게 만든 건 노르웨이의 한 부부였다. 국제정치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써온 미국 극작가 로저스(50)의 작품으로 2016년 초연 된 후 지난해 토니상과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전미도는 아내 역할을 맡는다. 냉철한 외교관인 동시에 극이 전개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 이기도 하다. 체구가 작은 전미도에게 카리스마 있는 모나 역할이 새로운 도전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관객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어쩌면 해피엔딩’의 재공연이 아닌 신작 연극 무대에 서는 건 전미도로서도 도전이다.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왜 이 역할을 제게 주셨을까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연출가들은 전미도가 배우로서 가진 다양한 색채를 꿰뚫어본다. 연출을 맡은 이성열 예술감독은 2011년 전미도가 출연했던 연극 ‘디 오서’를 관람한 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슬로’ 출연을 요청하기까지에도 ‘디 오서’가 영향을 줬다. ‘디 오서’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등에서 일어나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난민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김동현 연출가님이 ‘디 오서’ 때 해주신 말씀도 떠올랐어요. ‘난 네가 뮤지컬 하는 걸 반대하지 않지만, 연극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오슬로’가 연극이라서 하고 싶기도 했어요.” 전미도가 출연을 마음먹은 이유다.

배우 전미도의 캐릭터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 그의 표정에는 명랑함, 카리스마, 진중함 등 다양한 색채가 배어 있다. 홍인기 기자

전미도는 이성적이고 신중한 모나의 모습을 자신의 내면에서 끄집어 내는 중이다. “사실 어제도 연출가님이 저에게 명랑만화에 나오는 애 같이 발랄하다고 하셨거든요(웃음). 실제로 저는 수다스러운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 모나의 면모도 제 어딘가에 있기는 있어요. 그걸 꺼내 보이는 게 저의 일이죠.” 극의 해설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꿰고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 배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도 지니고 있어야 할 에너지가 많은 역할이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이 의지할 만한 해설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 어려워요.”

‘오슬로’는 상연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 대작이다. 160분이 넘는 뮤지컬 무대에 수 없이 서 왔지만 노래 없이 오로지 대사 만으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연극은 다르다. 전미도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배가 너무 고파져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장르를 오간 경력이 힘을 발휘한다. 그는 “뮤지컬이 시라면 연극은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뮤지컬에서는 핵심만 모아서 명확하게 보여준다면 연극에서는 말이 가진 깊이나 밀도를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필요한 지점을 오가다 보니 제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전미도는 올해 초 tvN 드라마 ‘마더’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역할과 장르를 뛰어 넘어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런 그가 “연기 없이 노래만 하는 것”은 절대 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저는 연기에서 출발해 뮤지컬로 가지가 뻗어나간 배우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다가 노래를 할 수는 있는데 노래만 하는 건 정말 못하겠어요. 부끄러워요(웃음).”

전미도는 겨우 10세 무렵, 교회에서 연극을 접한 뒤 갖게 된 배우라는 꿈을 한 번도 바꿔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무대 위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만약 제가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 영화 배우를 꿈꿨을지도 몰라요.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 오는 강한 카타르시스 때문에 계속 무대에 서는 것 같아요.”

‘오슬로’의 이야기는 최근 해빙기를 맞은 남북관계에 빗대진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적에서 친구가 돼 가는 지난한 과정이 (이야기의) 큰 줄기”라고 설명했다. 12일부터 11월 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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