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선거중] <3> 기울어진 운동장 미국 연방의회 선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AP 연합뉴스

지난번 글에서는 선거구 획정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끔 선거구를 인위적으로 짜맞추는 게리맨더링이 빈번하며, 이것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또 다른 예로, 연방의회 선거가 현역의원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하게 치러지는 상황을 정리해본다.

1946년부터 2016년까지 자료를 분석하면 연방 상ㆍ하원 선거에서 현역 의원 재선 성공률이 매우 높다. 현역 의원이 출마하면 평균적으로 하원은 92.5%, 상원은 80% 성공한다. 1.6% 가량의 하원의원만 당내 예비선거에서 패배하고, 6.0% 정도가 11월 본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다. 상원은 도전자들이 현역 하원의원이거나 주지사인 경우가 있어서 약간 변동이 있지만, 이 역시 성공률이 높다. 한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초선의원 재선 성공률이 40-60%인 것과 비교하면 미국은 예외라고 하겠다.

선출직 경험이 있는 도전자가 출마한 지역구의 비율

단순히 재선 성공률만 높은 게 전부가 아니다. 선수(選手)가 높아지면 득표율도 높다. 초선으로 당선될 때와 재선될 때 득표율이 상원은 6-9%포인트, 하원은 7-10%포인트 차가 난다. 현역 의원이 떠난 선거구를 같은 정당 후보가 물려받아 출마하면 득표율이 상ㆍ하원 모두 4~7%포인트 하락했다. 현역 의원으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인 셈이다.

미국 현역의원 재선 성공률

미국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현직자 이점(incumbency advantage)’이라고 부른다. 또 그 이유를 4가지로 꼽는다. 첫째, 상임위원회 제도이다. 미국 상ㆍ하원 의원 모두는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 위원이 된다. 한국 국회와 달리 예산위원회와 결산위원회가 각각 별도 상임위원회로 존재하고, 한 명의 의원이 여러 상임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다. 그곳에서 지역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법안을 입안하고 이에 반하는 법안은 저지할 수 있다. 정치 신인들은 지역 이슈에 대해 ‘말’만 할 수밖에 없지만, 현역 의원들은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연방예산으로 제공되는 편의이다. 비서진 임금이 지원되는데, 하원의원은 20명 내외로, 상원은 평균 40~5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보좌진을 꾸릴 수 있다. 땅값 비싼 워싱턴에서 사무공간을 무상 제공받고, 워싱턴과 지역구를 오가는 교통비도 지원된다. 지역구에 보내는 우편물도 의원의 서명이 있으면 공짜다. 의원 1인당 연평균 125만달러(약 14억원 상당) 이상이 연방 예산으로 지원된다고 알려져 있다. 정치신인은 모든 걸 자신이 모금하는 정치자금으로 충당해야만 한다.

셋째, 연방정부를 이용해 지역구 서비스를 직접 챙긴다. 연방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은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주정부에서 담당하지만, 1960년대 이래 상당수 복지성 예산을 연방정부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부조제도가 대표적인데, 이를 담당하는 관공서와 관료도 있지만 상ㆍ하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이 서비스를 매개해 주기도 한다. 서비스 자체가 비당파적인 측면이 있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등으로 선거운동에서 ‘보답’을 한다. 최근에는 그 중요도가 커져서, 지역구 사무실 보좌진의 40% 이상이 이 일을 전담하기도 한다.

넷째, 경쟁자들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선거는 여러 명이 하는 게임인데, 현역 의원이 출마할 경우 경쟁자들이 변변치 않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 훌륭한 자질의 경쟁자일수록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선거에만 전략적으로 출마한다. 실제로 현역의원이 출마한 경우보다 출마하지 않은 경우에 훌륭한 자질의 도전자가 출마할 확률이 2.8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직자 이점’ 이라는 관점에서 올해 2018년 중간선거를 전망해 보자. 상원의 경우 35명의 재선 대상 의원 중 30명의 현역 의원이 다시 출마했다. 민주당은 임기 중 사임한 프랭클린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출마했다. 공화당은 1명이 임기 중 사임하고 3명이 선거를 앞두고 은퇴했다. 하원에서는 전체의 85.3%인 371명의 현역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데 민주당(89.6%)이 공화당(84.3%)에 비해 현역의원 재출마 비율이 약간 높은 편이다.

이번에도 현역 의원의 판세가 매우 유리하다. 하원 민주당 현역 의원은 173명 전원이 당선 확률이 높고, 공화당은 198명 중 168명(84.8%)이 안정권이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 25명 현역 의원 중 21명(84.0%), 공화당 5명 현역 의원 중 4명(80.0%)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경우, 민주ㆍ공화 양당의 운명은 엇갈린다. 민주당 현역 하원의원이 은퇴한 20개 지역구 중 18개(90.0%)는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 반면, 공화당 현역의원이 불출마한 37개의 하원 지역구 중 14개(37.8%)에서만 공화당 후보가 당선 안정권이다. 상원의 경우 민주당 현역 의원이 없는 미네소타주는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공화당 현역 의원이 없는 4곳 중 1곳(애리조나주)은 공화당에 불리하다.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의 특성을 보면, 이전 선거에서 비교적 어렵게 승리해 이번에 또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곳이 다수이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2016년 평균 41.5%포인트 표 차로 승리했지만, 이번에 은퇴한 의원들은 그보다 적은 평균 36.5%포인트 표 차로 승리했다. 지금 은퇴한 공화당 의원들은 2016년 평균 24.9%포인트 표 차로 승리해, 공화당 전체 평균인 33.5%포인트 표 차보다 8.6%포인트 적었다.

이번 11월 연방의회 선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실상은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소수의 지역에나 적용되는 얘기다. 따라서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해서 미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실망이나 반감은 이번 선거에서 훨씬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홍민ㆍ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과 교수

박홍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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