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의혹 제기 1년여 만에… 같은 법무법인 변호사들도 수사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8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있다. 오대근 기자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로 수억원대 차익을 얻은 의혹을 받는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년2개월,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지 3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 전 후보자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 투자 여부를 살펴보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은 8일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원’의 이 전 후보자 사무실 등 3,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후보자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비상장 기업이던 ‘내츄럴엔도텍’ 주식 1만 주를 사들였다 팔아 약 5억7,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전 후보자는 지명 2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의혹의 갈래는 두 가지다. 먼저 내츄럴엔도텍이 코스닥 상장을 확정하기 5개월 전인 2013년 5월 이 전 후보자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대목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법무법인 변호사가 추천해 샀을 뿐 불법은 없다”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상장 정보를 사전에 알고 투자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주식을 판 시점 역시 의심을 가중시켰다. 2015년 4월 내츄럴엔도텍의 주력 제품이던 백수오 추출물로 만든 여성건강식품이 ‘가짜 백수오’로 만들어졌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가 있었는데, 이 전 후보자는 9만원대던 주가가 9,000원대로 떨어지기 전에 주식을 일부 처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2015년 당시 이 전 후보자가 속한 법무법인 원은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수임하고 있었다. 내부 정보를 제공받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검찰은 이 전 후보자뿐 아니라 해당 법무법인의 다른 동료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이들이 내츄럴엔도텍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48명 소속 변호사 중 38명이 네츄럴엔도텍에 투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7월 금융위원회는 이 전 후보자와 함께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당시 이들의 주식투자가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업무 수행 중에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고, 문제될 게 없다고 파악해 검찰의 압수수색 등에도 적극 응했다”라며 “수사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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