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도심 복합개발 구상은 환영할 만하다. 그 시작이 후대의 자산으로 남겨놔야 할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하지 않고 서울의 주택공급을 도모하겠다는 점에서 출발한 정책이긴 하지만, 도심 내 주택 공급과 서울의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올바른 궤도에 서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의 복합용도 개발은 전 세계 주요 도시가 채택하고 있는 발전전략이다.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 수많은 세계 도시가 21세기의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복합용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용도 개발이란 하나의 용도가 전체 건물연면적의 60%가 넘지 않는 둘 이상의 용도로 구성된 개발이다. 주거와 상업, 업무, 숙박, 공업, 공공시설 등 사회공간의 모든 조합이 가능하다. 복합용도 개발의 추진 동력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상호 보완성과 공생이라고 할 수 있다. 코엑스와 같이 호텔ㆍ사무실ㆍ백화점ㆍ공항터미널이 한 단지로 개발될 경우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숙박 시설이 바로 옆에 있어 업무 편의성이 증대되고, 공항터미널이 출입국을 용이하게 하여 호텔 운영의 활성화를 진작시킬 수 있다. 공항터미널의 경우 그 자체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지만, 운영 비용을 한 단지에 위치한 사무실과 호텔, 백화점의 임대료 중 일부로 충당해 각 시설이 유기적인 공생관계를 이룰 수 있게 된다.

복합용도 개발은 기본적으로 도시의 매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파리의 라데팡스, 도교의 롯폰기힐스 등 외국 대도시만이 아니라, 서울 신도림역에 위치한 디큐보시티만 보아도 된다. 복합용도 개발은 직주근접, 근무환경 개선, 업무시간 단축 등 전 세계적인 경쟁에 노출되어 시간경쟁에 쫓기는 첨단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핵심 방편이다. 주거와 상업 또는 업무시설을 복합 개발할 경우 거주자 입장에서는 집에서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으며,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 개발로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주거부분의 분양수익을 통해 손해를 보전할 수 있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인기 있는 개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도심 복합용도 개발을 통해 도심에 중산층을 위한 주택과 더불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복합용도 개발의 경우 단위면적당 공사비는 단일용도 개발보다 비싸지만, 높은 용적률로 도심의 높은 땅값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 현실적인 타당성을 지닌 도시주택공급 대책이다. 지하철과 도로, 유통과 문화시설 등이 집중적으로 투자된 도심지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반시설 투자가 거의 없는 개발제한구역과 같은 변두리를 공공임대주택지구로 개발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복합용도 개발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복합용도는 복잡하며, 신중하고 정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한 건물의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주거나 업무, 상업, 숙박시설 간의 조경, 방음, 소방 설비 등 건설기준이 다르며, 주거의 경우 프라이버시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동거리 간격이 짧은 업무용 빌딩 기준을 주거가 포함된 복합용도 개발에 적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불거지기 십상이다. 또한 개발과 동시에 자동차 소유를 줄일 수 있도록 거주민들을 위한 공유카 서비스도 동시에 구상되어야 한다.

도심 복합용도 개발은 치밀하고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 수백만이 걸어서 출퇴근 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면, 환경친화적이고 살맛 나는 서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을 몇 개 줄여도 될 정도로 화석연료를 절약할 수 있으며, 탄소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낙후된 도심 거리를 늘 사람들로 붐비는 활기찬 거리로 만들 수 있고, 지옥철과 만성적인 교통체증에서 해방된 시민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장 도심 복합용도 개발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지만, 개발제한구역은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제대로 된 길로 걸어가 보자.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도시공학전공 교수ㆍ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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