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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거주지가 없는 노숙자 결핵환자인데, 애초부터 폐쇄병동에 격리시켜 치료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4일 오전 결핵 입원 치료를 받던 A(57)씨가 환자복을 입은 채로 서울 은평구의 서북병원을 나와 지하철 3호선을 탔다가 승객 전원이 하차하는 소동이 일어난 직후 온ㆍ오프라인에서는 이 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A씨의 대중교통 이용시간이 10여분 정도로 짧아 전염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 하지만 A씨가 노숙인이라는 점이 확인되자 ‘노숙인 결핵환자는 병원을 나와 돌아다닐 수 없도록 법적ㆍ행정적 방안을 마련해라’ ‘노숙인이 대중교통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등 거친 주장까지 잇따랐다.

1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결핵예방법에 따라 전염 우려가 있는 결핵 환자에 대해 일정 기간 의료기관에 입원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특히 입원명령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퇴원, 혹은 무단 외출해 결핵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을 때는 지자체장이 의료기관에 격리치료를 명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정 거주지나 연락 수단이 없는 노숙인은 치료를 거부해도 추적 관리가 쉽지 않다. 최근 4년 간 치료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은 결핵 환자 188명 가운데 여전히 연락 두절인 이들은 64명으로, 대부분이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라는 게 질본의 설명이다.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노숙인ㆍ쪽방촌 주민에 대한 결핵 정기 검진ㆍ치료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결핵 유병률이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이들의 의료소외가 꼽힌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결핵 유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84.9명이었으나, 노숙인 유병률은 10만명 당 182.3명으로 2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A씨 역시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 시설에 입소하기 위해 보건소에서 결핵 확진을 받아 서북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터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 기자

이에 따라 노숙인 결핵 확진자를 주로 입원시키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늘면서, 현장에서는 관리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노숙인 결핵환자 중에는 정신질환ㆍ알코올 중독을 동시에 앓는 이가 상당수라 돌발적인 행동이 많아 입원 치료 지속성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의료기관에 격리입원을 명령해도, 해당 의료기관에 폐쇄병동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격리 입원을 시키더라도 인권 침해 논란 탓에 이들의 병원 탈출을 막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상호 서북병원 진료기획팀장은 “정신질환ㆍ알코올중독을 같이 앓는 노숙인 결핵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한 폐쇄병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몇 차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인 지원 단체는 폐쇄병동 입원치료 주장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노숙인의 자활과 인권보호를 돕는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폐쇄병동 치료는 두려움만 가중시켜 되레 노숙인들의 결핵 검진ㆍ치료 동기를 없애버릴 것”이라며 “결국 한국의 결핵유병률을 낮추는 데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병원이 돈벌이 목적으로 노숙인 폐쇄병동 입원치료를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전국 정신병원 6곳을 방문 조사한 결과, 노숙인을 유인해 폐쇄병동 등에 입원하게 한 뒤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보건복지부에 문제점 근절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박미선 질본 결핵조사과장은 “이번 소동을 계기로 노숙인 결핵 환자의 무단 병원 이탈ㆍ치료 거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폐쇄병동의 사회적 필요성과 노숙인 개인 인권보호라는 양면을 잘 고려해 제도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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