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시료 채취 합의 실패 땐 비핵화 협상 다시 교착상태 빠질수도

지난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 내 들어온 가운데 북미 양측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검증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찰방식에 대해선 함구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찰단 파견에 앞서 사찰 범위에 대한 실무급 협의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북측이 어느 수준까지 사찰 활동을 인정할지에 따라 비핵화의 진정성이 판가름 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과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개한 사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들어오도록(come in) 허가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 까지다. 추가적으로 미 국무부가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찰 목적을 제시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핵실험장 방문’ 외에는 모든 세부사항이 협의 대상인 상태다.

1차적으로는 북한이 지난 5월 24일 순차 폭파한 2~4번 갱도 내부까지 구조적인 붕괴가 이뤄졌는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 여섯 차례 핵실험 중 다섯번의 실험이 이뤄진 2번(북쪽) 갱도와 더불어 3번(남쪽), 4번(서쪽) 갱도도 실제 사용 불가능한 상태인지 확인이 필수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북측이 외신 기자들 참관 아래 갱도 입구를 폐쇄시켰기 때문에 입구를 굴착하거나 갱도 위쪽에서 아래로 시추하지 않으면 내부가 완전히 파괴됐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미 실무 협상의 최대 쟁점은 북측이 갱도 주변의 시료 채취를 받아들일 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핵실험장에서 과거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핵실험을 진행했는지 파악하려면 갱도 내부의 공기나 갱도 안팎의 토양 및 암석 또는 지하수를 채취해 고농축 우라늄탄 등의 흔적을 추적해야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사찰이 되려면 샘플 채취가 가능해야 한다”면서 “북측은 덜 침투적인 사찰을 뜻하는 참관, 방문이라는 말만 써왔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시료 채취의 경우 폐기 검증의 가장 높은 단계인 데다 북한 핵능력을 노출시킬 수 있어 북측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전히 미지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료 채취 자체는 필수 장비만 있다면 비교적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작업도 아니지만, 방어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북미간 다시 갈등이 번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북미간 사전 협상에서 시료 채취에 대한 합의에 실패할 경우 사찰 현장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미국 측이 이번 단계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시료 채취를 일부러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사찰단이 이달 중 파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상 첫 ‘비핵화 검증’이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북측과 갈등 소지를 줄이려 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찰단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미국 주도로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국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선 제기된다. 여기에 시료 채취가 합의된다면 보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IAEA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방송에서 “IAEA의 북한 사찰 역할은 관련국의 정치적 합의와 IAEA 이사회의 승인에 달렸다”며 “우리의 잠재적 역할에 대해선 추측하지 않겠다”고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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