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에땅’의 가맹점 상대 ‘갑질’과 관련해 최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乙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너무 미흡한 늑장 조치라는 비판이 높다. 가맹점주들이 본사 갑질에 대처하기 위해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를 발족한 게 2014년 4월이고, 협의회가 공정위에 본사가 공급하는 필수물품 ‘폭리’ 행태 등을 신고한 게 2015년 3월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당시 신고된 10개 갑질 사례를 제대로 조사조차 않고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가 3년이 지나서야 일부 혐의를 적발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공정위가 상황을 방치한 동안 가맹점주들은 보복 혐의가 짙은 본사 조치로 2차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일보 보도(9일자 1면)에 따르면 당시 가맹점주협의회 회장과 부회장, 총무 등을 맡았던 점주들은 본사의 압력과 가맹점계약 해지 등의 조치로 점포를 폐쇄하거나 양도해야 했다. 요컨대 공정위가 처분을 미뤄둔 동안 본사에 맞섰던 점주들은 하나같이 거리로 나앉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단체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를 최초로 적발해 처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최초 적발이 아니라, 업계 봐주기식 늑장 조치다. 올초 감사원에 따르면 가맹사업 분야에서 공정위의 불공정 신고 사안 처리기간은 평균 412일에 달했다. 심지어 같은 정부 부처인 국방부가 2011년 통보한 군납식품 입찰담합 관련 사건 조사도 3년8개월이나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늑장 조치 문제가 일부 개선돼도 프랜차이즈 갑질 해결이 온전히 당국의 처분에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 당국의 처분은 늘 피해의 사후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에 노조가 있듯, 가맹점주 단체 역시 신고 등을 거쳐 적절한 법적 지위를 가지면 본사를 상대로 공정한 이해협상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국회엔 이미 관련 내용을 담은 다수의 가맹거래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본사의 정당한 경영을 보장하되, 가맹점주 단체의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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