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됐다. 그 사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허용 등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시행 명분은 각각 중등교육단계의 공교육 강화와 유아교육단계서의 사교육 억제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사교육을 억제하려면 공교육이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동되었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 억제라는 예의 정책기조가 어김없이 관철되는 양상이다. 누가 교육부 장관이 되든지, 취임 초부터 접하게 되는 익숙한 장면들이다. 그런데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여 사교육이 과연 억제될까?

정부의 공교육 강화 정책이 학부모에게 먹힌다면 그건 공교육 자체의 타당한 진보보다는 대학입시에 뭔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사교육을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서면 무리해서라도 사교육을 받는다. 학부모의 견지에선 공교육과 사교육은 대학입시란 하나의 목적 아래 연동되어 있는, 한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로 비칠 수 있다. 공교육 강화가 반드시 사교육 억제로 이어지는 것만이 아닌 이유다.

대학입시와 연동되는 한 사교육 억제라는 방향만으로는 대학입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쉽지 않다. 대학입시 문제를 사교육 억제라는 각도에서만 보지 말자는 제안이다. 공교육 강화도 사교육 억제와 연동시키지 말자는 제언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중등교육단계서 성취해야 할 교육목표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사교육과 연동시키는 한 공교육 강화는 결국 늪이 된 대학입시 문제에서 온전히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공교육이 대학입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 다시 말해 공교육 강화의 명분과 근거가 대학입시 문제 해결로 수렴되는 한에는 사교육은 결코 억제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대학 입학이 대학의 정점에 놓인 서울대로 수렴되는 한에는, 달리 말해 ‘서울대 독존구도’가 지속되는 한 대학입시 문제의 해결은 계속 요원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독존구도가 해체돼야 비로소 대학입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주지하듯 대학입시만으로는 서울대 독존구도를 깨지 못한다. 대학입시 제도를 적잖이 바꿨어도 서울대 독존구도가 무너지지 않았음이 이를 반증해준다.

이때 손쉽게 택할 수 있는 길이 기존의 독존을 주저앉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길이다. 서울대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일지는 모르겠으나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게다가 우리 한국이 21세기 미래 세계에서 억눌리지 않고, 또 시민 절대 다수가 행복하고 공정한 삶을 꾸려가려면 정신과 물질 모두에서 지금보다 한층 더 진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도 더 진보하여야 한다.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서울대도 더 성장하고 성숙해야 하는 까닭이다.

서울대의 독존적 구도를 심화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21세기 미래 세계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다른 서울대를 최소한 하나 이상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서울대에 집중되었던 국가 중추대학(core university)으로서의 역할을 다른 대학들도 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우리의 경제 규모, 문화 수준, 사회 역량 등에 온전히 부응하고 이를 선도하려면 대학의 전반적 성장, 성숙과 더불어 서울대 같은 대학이 적어도 하나는 더 있어야 한다. 아니 둘, 셋은 더 있어야 한다.

이상적인 얘기를 함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국력을 지닌 나라 가운데 국가 중추대학이 하나밖에 없는 나라가 있는지를 되짚어보자. 우리가 꽤 뒤처졌음을 금방 알게 된다.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중추대학 한 곳으로도 국가 발전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다움’을 창출하고 선도해야 비로소 국가가 발전되는 단계에선 한 곳으로는 역부족이다. 두 곳 이상의 국가 중추대학이 있어야 한다는 방향에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방법과 재정의 확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난관이 아닐 수도 있다. 방법의 경우, 가령 국공립대의 재구성과 연동시키는 방식이 가능하다. 국공립대의 재구성을 기존처럼 지역하고만 연계해온 패러다임을 벗어나면, 곧 기존의 지역 거점 국공립대와 지역에 있지만 전국을 커버하는 국가 중추 국공립대로 그 역할을 나눈 후 후자를 서울대 급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중ㆍ장기적으로 시행한다면 능히 가능한 일일 수 있다. 재정 확보도 마찬가지다. 국민적 합의가 불충분했고 그 효과도 제한적인 4대강 사업에 20여조원이 투입되고, 아직도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됨을 보건대 정치적 의지와 국민적 합의가 결합된다면 재정 확보도 요원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서울대 급의 중추대학이 두세 곳 이상이 된다면 서울대 독존구도의 해체는 당연하게 뒤따르게 된다. 대학입시 문제가 근본적 차원서 해소될 바탕이 그렇게 확보될 것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과 교수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