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목격자들이 그린 러시아 보로네시의 UFO. noufors.com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480km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 보로네시(Voronezh)는 UFO(미확인 비행물체)의 출현지로 유명하다. UFO가 목격된 곳은 허다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퍼시픽코스트 고속도로나 페루 나즈카, 스톤헨지가 있는 잉글랜드 워민스터, 호주 널라버평원 등 단골 ‘출몰지’도 많지만, 보로네시가 특히 주목받은 것은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타스(TASS)’가 저 소식을 “저널리즘의 황금률, 즉 독자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UFO 목격담을 진지한 뉴스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 뉴스가 1989년 10월 9일 타전되자 국영통신 뉴스를 존중하는 소비에트 보도 관행에 따라 러시아 국내 방송과 신문은 물론 뉴욕타임스 등 미국과 서방의 주요 매체들도 그 소식을 잇달아, 꽤 비중 있게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UFO는 9월 27일 오후 6시 30분 도시 중심가의 한 공원(Yuzhny Park)에 나타났고, 그 장면을 10대 소년 10여명이 목격했다. 갑자기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드는가 싶더니 색채가 모여 직경 9m가량의 붉은 원 모양으로 돌면서 공처럼 응집했다고 한다. 그런 뒤 구체의 하단부 출입구가 열리며 “2.7m쯤 되는 키에 여위고 팔다리가 긴 ‘휴머노이드’가 나타나더라”는 이야기. 한 소년이 지른 비명에 놀란 듯 모습을 감췄던 휴머노이드는 잠시 뒤 작은 로봇과 함께 다시 나타나 총처럼 생긴 50cm가량 되는 튜브 모양의 도구로 비명을 지른 소년을 데리고 잠시 사라졌다가 되돌려놓기도 했다고 한다. 지역 경찰관(Sergei Matveyev)은 “낮은 고도로 소음 없이 무척 빠르게 날아간” UFO만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이후 나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게 됐다.”

시 보건당국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검진을 실시했고, 러시아 지구물리학연구소는 소년들을 격리 수용, 목격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했다. 그림은 대동소이했다고 타스 등은 소개했다. 당시 59세의 20년 경력 베테랑 기자였던 타스의 블라디미르 레베데프(Vladimir Lebedev) 기자는 “착륙 지점에는 지금도 코끼리 발자국 같은 착륙 흔적들을 볼 수 있다”고 UPI 등 외신기자들에게 말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언론 자유가 UFO만큼 빠르게 확장되던 때였다. 최윤필 기자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