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ㆍ빈곤 대책 절실한 한국사회
노령연금 인상, 점진적 은퇴제도 강화해야
지역사회 밀착 노인 맞춤형 일자리 확대를

우리 노인들은 눈부신 산업화 성공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을 만큼 젊은 시절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쉬어야 할 이 순간에도 여전히 세계가 놀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로 보면 2017년 말 기준 65세∼69세의 고용률은 45.5%, 70세∼74세 고용률은 33.1%에 이른다. 유럽 국가 중 노인 고용률이 가장 높아 65세∼69세가 32.8%, 70세∼74세가 15.6%인 에스토니아와 비교해 봐도 우리 노인들이 얼마나 많이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세계인들이 진짜 놀라는 것은 이처럼 은퇴 시기에도 일을 하는 한국 노인들의 빈곤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2016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률은 43.7%로 유럽 국가 중 노인 빈곤률이 가장 높다는 라트비아(22.9%)의 두 배 수준이다. 이 같은 현실 사정을 보면 한국 노인들은 생존을 위해 힘들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그 하는 일을 통해서도 제대로 소득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가끔 청년 일자리도 없는데 노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자는 얘기가 너무 현실성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다 노인이거나 노인이 돼가고 있다. 지금도 고령사회이지만 몇 년 후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인 일자리와 빈곤에 대처할 방책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사회적 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노인들은 그 자체로 사회적 보호가 더 필요한 존재다. 지금도 기초연금을 지급하고는 있지만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늘어나고 수급액이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노령 기초연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인상 기준은 60대, 70대, 80대로 올라갈수록 많이 주고 일정 금액 기준 이상부터는 소득 대비 편차를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EITC(근로장려세제)를 이용한 저임금층에 대한 세제 지원에서 노령층에 대해선 추가적 배려를 해야 한다. 같은 임금소득이라도 노인들은 건강상이나 신체적 조건으로 보아도 더 힘들게 벌었고, 노인이 일을 그만두면 당장 국가의 복지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로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근무하던 일자리에서 가급적 늦게 천천히 내려오도록 점진적 은퇴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된 일자리의 평균 퇴직연령이 53세 정도이다. 이후 15년 내외의 기간 동안 주변적 노동시장에서 종사하다가 최종적으로 은퇴하는 실정이다. 60세까지는 직무급 전환과 직무재조정,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방법으로 기업 내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보장을 실천하고 60세부터 70세까지의 기간은 점차 은퇴를 이행하는 기간으로 두는 것과 같은 점진적 은퇴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 장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정년 65세까지는 기업 안에서 근로시간 단축, 정부의 부분 실업급여 지급 등의 방법으로 고용안정을 이루고 65세부터 70세까지는 정년후 재고용, 파트타임 직무로의 재취업 등과 더불어 부분연금 지급을 통해 고용연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노인들을 위해선 지역 차원의 대책이 중요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6년 고령자 고용취업 대책을 통해 65세까지는 주로 기업과 기업그룹 내에서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 의무화로 고용을 유지하고 65세 이후에는 기업과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나이가 들수록 원거리 출퇴근이나 강도 높은 노동이 요구되는 민간 일자리보다는 집 근처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밀착된 돌봄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 개발이나 복지예산들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투입하고 여기에 노인들을 적극 고용하는 선진국들의 사례는 너무 흔하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많은 지역사업이 토착 중소기업에게 투입되는 비중이 높다. 일이 기업으로 가면 노인 고용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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