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18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41)씨에 대한 대법원의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아직 재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무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사건은 2000년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김씨의 아버지(당시 52세)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했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 다량의 수면제 성분과 알코올이 검출됐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김씨 고모부의 말을 듣고 이틀 뒤 김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했다. 김씨는 조사 초기에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 부친이 김씨와 이복 여동생을 장기간 성추행한 것에 대한 분노를 범행 동기로 봤다. 김씨의 아버지 이름으로 보험이 8개나 가입된 것도 김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김씨는 현장검증부터 범행을 부인했다. “남동생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남동생을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고 죄를 뒤집어 썼다고 주장했다. 고모부가 ‘성추행을 당해 살해했다고 진술하면 정상이 참작돼 처벌이 무겁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광주고법에 낸 항소와 대법원에 낸 상고도 기각됐다.

무기수 김신혜. sbs 화면 캡쳐

김씨는 이후에도 줄곧 억울함을 호소했고, 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교도소 노역도 거부했다. 2015년 1월에는 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의 도움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달 28일 대법원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을 인정해 재심 결정을 내렸다. 김씨에게 다시 한 번 법적으로 다퉈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있을까.

김씨의 재심 청구를 지원했던 변협의 수석대변인 서범석 변호사는 5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무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보험금을 노려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씨 아버지 명의로 가입된 보험 8개 중 3개는 사건 당시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나머지 보험도 가입일로부터 2년 이내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험금 수령인은 김씨 한 명이 아니고 형제 3명으로 돼 있었다. 서 변호사는 “보험 설계사로 근무했던 김씨가 보험금 청구 가능성이 없는데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유죄 증거로 작용했던 김씨의 수첩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수첩에는 30알의 수면제를 타서 살해하는 내용의 계획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이건 김씨가 연극배우를 하면서 쓴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 아버지의 시신에서 검출된 약물은 수면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수면유도제였고, 농도도 김씨의 시나리오에 나온 것보다 5배나 높았다. 이 수첩은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2인 1조로 수색해야 하는 규정도 어긴 채 경찰이 확보한 것이라 증거 능력조차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서 변호사는 “자백과 실제 범행 내용 간의 불일치가 상당하고, 동기 부분도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만약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이 난다면 국가는 김씨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 금액은 김씨가 구금으로 인해 얻지 못한 이익, 김씨의 정신적 고통, 수사기관의 고의 및 과실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손 변호사는 “소멸시효를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당시 위법 수사를 했던 관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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