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확장으로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몰락하고 있다는 ‘리테일 멜트다운(Retail Meltdown)’ 현상 속에서 월마트가 부활하고 있다. 이런 회복의 비결은 한마디로 ‘온고이지신’이다.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인데 ‘옛것을 잘 행하고, 거기에 새로운 것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것을 버리지 말고 과거의 바탕 위에 새로운 것을 더하라는 이야기다.

월마트의 온고이지신은 세 가지다. 첫째는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월마트 매장에서 트럭 하역 담당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 창고형 대형할인점 샘스 클럽의 CEO가 됐고, 이후 2014년 월마트의 CEO가 됐다. 그는 누구보다 월마트의 가치, 전통 그리고 핵심 자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많은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허겁지겁 외부에서 CEO를 데리고 온다.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회사의 핵심자산을,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만 쫓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둘째는 월마트의 오프라인 강점을 잘 활용한 ‘최종 배송(Last Mile Delivery)’이다. 라스트 마일은 ‘사형수가 집행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뜻한다. 여기에 배달ㆍ전달을 뜻하는 ‘딜리버리(Delivery)’가 붙어 상품이 물류센터에서 소비자 손까지 전달되기 전 마지막 과정을 의미한다. 이 라스트 마일 서비스는 전체 물류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

미국인의 90%가 월마트 매장으로부터 10마일 내에 살고 있고, 월마트 직원 대부분이 자동차로 출퇴근을 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월마트는 이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 자사의 150만명 직원(미국 내 기준)과 4,000여개 오프라인 매장 등 자산을 활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픽업 앤드 겟’이라는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구매자가 상품을 직접 받기 위해 매장에 들르면 일부 품목의 물건값을 깎아준다. 지난달 1일부터는 월마트 직원이 퇴근길에 구매자 집 앞에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주는 ‘퇴근길 배송 서비스’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세 번째는 온라인에 대한 투자다. 새것을 배척하지 않고, 오프라인의 오랜 자산 위에 온라인을 접목했다. 2016년 8월 인수한 온라인 쇼핑 스타트업 제트닷컴(jet.com)의 창업자 마크 로어는 현재 월마트 온라인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2년간 일했던 로어는 ‘매일 매일 싼 값에(Everyday Low Price)’라는 구호를 내걸고 아마존에 대항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불과 반년 만에 전자상거래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대다. 변화에 휘둘릴 것인가, 변화를 휘두를 것인가의 차이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이다. 맥밀런 취임 시, 월마트 이사회가 그에게 준 미션은 분명했다. 월마트의 기존 사업을 보존하면서 미래에 안착하라는 주문이었다.

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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