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자문위 “정부 수준으로”... 심재철 논란에 자진 공개 전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반박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사진) 심 의원은 이날 김 부총리 상대로 신문기사를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회가 지금까지 깜깜이로 지출해 왔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전면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폭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국회는 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자진해서 투명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 직속으로 지난달 출범한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최소한 다른 정부기관 수준으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 자문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예산 소위원회 위원들이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유인태 사무총장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우선적으로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에 전향적으로 응하고, 향후 업무추진비 등 예산 집행 내역 공개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국회 업무추진비는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활동, 사무처 내 부서 운영, 회의 개최, 대ㆍ내외 행사 지원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2018년도 예산안에는 약 113억원이 책정돼 있다. 이는 올해 예산인 103억원에서 10억원 증가한 액수다. 국회 관계자는 “특수활동비 예산을 올해 65억원에서 내년도 9억8,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하면서 지금껏 특활비로 지출해왔던 상임위 운영비 등을 업무추진비로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이 지난 8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등에 대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금까지 국회 업무추진비는 총액과 사무총장의 집행 내역만 공개돼 왔다. 상세 집행 내역은 국회만 들여다볼 수 있다 보니, 사적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회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공개를 확정하면,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처럼 상세 내용을 국민이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기관이 통상 집행 일자, 장소, 인원, 금액, 목적 등을 적시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국회도 이런 기준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20대 국회 전반기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예비비의 집행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7월 19일 승소했다. 하지만 국회는 공개를 거부하며 지난 8월 항소했다. 이후 국회가 국회의장 몫 일부만 남기고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개 요구는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심 의원이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는 과정에서 “국회도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정의당이 먼저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 업무추진비 자료는 앞으로 과감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이 국회 업무추진비 공개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이서희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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