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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목불인견 여의도 정치

입력
2018.10.04 1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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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쟁으로 정치생명 연장하는 정치인들 

 대화ㆍ타협보다 상대 상처 내기에 몰두 

 도긴개긴 여야 행태에 국민 염증 커져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는 곳. 국가보다 당파, 국회의원의 개인 이익이 우선하는 곳. 민의를 대변한다면서 민의와 괴리된 곳. 여의도 정치권의 현주소다. 반론과 반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풍경이 그런데 어쩌랴. 국가와 국민을 제대로 보듬는 정치를 하는 이는 손에 꼽힌다.

정치권의 가을은 한 해 국정활동의 잘잘못을 따져 정부에 배전의 긴장감과 책임감을 불어넣는 계절이다. 국민혈세 쓰임새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다음해 나라살림을 정교하게 짜야 하는 시즌이다. 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대책과 보완책을 법률로 구현해야 한다. 국회에 맡겨진 막중한 역할이다.

더구나 요즘 나라 현실은 백척간두에 선 형국이다. 경기 침체는 더 심해지고 일자리 부족은 해결 기미가 안보인다. 전통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는데 미래 성장동력은 찾지 못하고 있다. 빈부ㆍ소득ㆍ지역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아이들은 입시지옥에 심신이 피폐해진 지 오래다. 집값 이상 폭등으로 서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형언키 어렵다. 자영업과 가계부채는 위태위태하다. 노인빈곤, 노인근로, 노인자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나같이 국민과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문제들이다. 누가 해결해야 하나. 정부와 정치권, 특히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여의도로 시선을 돌려보라, 어떤가. 엄중한 현실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나.피를 토해도 모자랄 국민 고통을 체감하고 있나. 그렇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필부필부(匹夫匹婦) 눈에는 그저 관심 있는 척 시늉만 하는 것처럼 비친다. 진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왜? 당장의 정당 지지와 의원 생존에 필요한 것은 매년 가을 반복되는 저런 저자극성 소재가 아니다. 대신 상대를 헐뜯고, 비틀고, 깨물고, 할퀴고, 패서 상처를 입히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국가적 어젠다와 사회적 현안에 골몰하는 진중한 정치인은 그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극적 내용으로 반짝 관심이라도 끄는 것이 직업 국회의원의 생명 연장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화합보다 대립이 편하고 쉬운 길이며, 불통과 아집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성과 합리는 개입의 여지가 없다. 대책과 대안을 놓고 협의로 해결을 모색하는 진지함은 언감생심이다. ‘어쩌다 타협’은 비판 여론에 못 이겨 끌려가다 떨어뜨린 부산물일 뿐이다. 한국정치의 천박한 구조다.

심지어 정치권은 불법행위마저 정치적으로 풀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충만하다. 의원 개개인은 입법기관이다. 법률 제ㆍ개정 권한을 가진다. 엄청난 권력이다. 그 때문인지 불법행위마저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툭 하면 발목 잡기, 걸핏 하면 정치적 탄압 프레임을 가져다 붙인다. 일반 국민은 조금만 잘못해도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는다. 너무 당연한 절차고 저항할 수도 없다. 압수수색이 부당하다고 대법원장을 찾아가 항변하는 것은 국민 머릿속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해낸다.’ 불법행위를 범하고도 늘 무죄를 주장하고, 스스로를 핍박받는 인사로 포장한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말한 정치인 중에 깔끔하게 무죄를 받은 이, 몇이나 되나.

비인가 행정ㆍ예산정보 무단 유출로 여의도가 시끄럽다. 정의당 판정대로 폭로 당사자인 심재철 의원의 패배다. 정부 시스템 관리 부실은 분명 문제이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독수독과(毒樹毒果)’에 의지해 사실 확인도 없이 ‘상처 내기’ 폭로를 이어간 심 의원 행태는 비루하다. 한국당은 또 어떤가. 예의 푯말 시위도 모자라 대법원장실까지 몰려가 항의하는, 심각한 헌법 유린 행위를 자행했다. 한국당의 궁박한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도무지 말이 통하는 정상적 정당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거칠게 몰아붙이기만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옹졸함과 정치력 부재도 도긴개긴이다.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목불인견(目不忍見) 정치를 지켜봐야 하나.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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