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충격적인 건 일부 몰지각한 의사와 병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만연한 대리수술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대리수술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대리수술이 횡행하는 까닭을 한국일보가 살펴봤습니다.

제작=김수진 인턴기자

"전국의 병의원, 전문병원 등에서 행해지고 있는 관절 및 척추수술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의 참여율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에요." (전직 의료기기 업체 사원 K씨) 최근 부산지역에서 적발돼 큰 충격을 안긴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의료사고 발생시 간간이 드러나는 대리수술은 의료 현장에서는 뿌리 깊은 관행으로 통합니다.

영업사원들의 수술 참여 명목은 다름아닌 ‘수술지원’. 표면적으로는 의사가 영업사원에게 의료기기 사용법 등 설명을 듣고 도움을 받는다지만, 실제로는 수술 보조를 시키거나 아예 수술을 맡겨버리기까지 합니다.

척추수술에 쓰이는 재료 :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정부 통제 벗어나 가격 높게 책정 가능, 마진율 높음. / 관절수술에 쓰이는 재료 :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새로운 기기 출시되기 전까지 사용됨, 마진율 낮음. / 마진율이 높은 척추수술 재료를 지속적으로 병원에 납품하기 위해 마진율이 낮은 관절수술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것. 국내외 의료기기 업체에서 10여년간 근무했던 전직 사원 K씨는 병원이 기기 구매를 구실로 영업사원들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고, 업체 측은 마진율 높은 수술재료를 납품하기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수술 지원을 한다고 폭로했습니다.

"관절‧척추수술 시 뼈의 절삭이나 수술 부위 시야 확보를 위해 잡고 있어야 하는 부분, 절개 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 등을 선배에게 배웠어요." (영업사원 A씨) 영업사원들은 기본적인 해부학 교육 등 수술을 하기 위한 나름의 훈련과정을 거칩니다. 물론 의사가 아닌 선배 영업사원에게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의학적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

“수술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수술방에서 수술 장비를 집어 던지고 발로 무릎을 차는 의사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영업사원 A씨) 수술방에 들어가면 의사의 ‘갑질’에 고통스러워하는 영업사원도 여럿. 하지만 의료기기 납품을 위해서는 의사의 횡포도 견뎌내야 합니다.

대리수술과 이면계약 등 업체와 병원 간 은밀한 거래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환자들. 업체와 병원의 담합으로 수술재료 비용을 높게 책정하면 환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예 손 기술이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병원 직원으로 위장해 대놓고 의사를 도와 수술을 지원하기도 해요." (전직 의료기기 업체 사원 K씨) 오직 이익 때문에 대리수술이 만연한 것일까요? 의료인력 부족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관절, 척추수술의 경우 다수의 의료진이 필요한데 전문병원이나 병의원들은 인건비 문제 등으로 의료진 확보가 쉽지 않아 영업사원들을 수술에 동원한다는 것.

“영업사원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특정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수백 건 이상의 수술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수술재료 선택과 새로운 의료기기를 이용해 수술을 할 때 자문을 구하고 있어요.”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 원장) 일부 의사는 대리수술 의혹은 부정하면서도 영업사원의 보조를 받는 현실은 인정했습니다. 새로운 의료기기 조작에 대한 조언 등 영업사원의 도움 없이는 수술이 쉽지 않은 상황이 있기 때문.

“아직은 각종 수술 시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들이 왜 필요한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된 것이 없습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 정부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사이, 의료계에선 대리수술은 강력 규제하더라도, 영업사원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원문_김치중 기자 / 제작_김수진 인턴기자

사진출처_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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