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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ㆍ고령 졸업생… 대학에 기부하는 ‘작은 손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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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ㆍ고령 졸업생… 대학에 기부하는 ‘작은 손길’ 늘어난다

입력
2018.10.04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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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고려대 프라이드 클럽 기부 현황_김경진기자/2018-10-03(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고려대 프라이드 클럽 기부 현황_김경진기자/2018-10-03(한국일보)

“나중에 큰 돈 벌어 기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도 한 달에 1만원이면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니까요.”

고려대 정경대학에 재학 중인 고모(23)씨는 월 1만원씩 학교 장학금에 기부한다.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번 돈을 매달 기부하는 건 고씨 역시 다른 이들이 1만원씩 모아 만들어진 장학금을 받아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다녀왔기 때문. 고씨는 “장학금 덕에 평소 자신이 없던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며 “조그만 손이라도 보탠다는 마음으로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73학번 졸업생인 박모(64)씨는 졸업 후 파이프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 큰 돈을 벌었지만, 뜻하지 않은 사업 실패로 빚을 지고 전 재산을 압류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고려대에서 많이 배웠고, 졸업 후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여긴 그는 모교 후배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압류대상이 아닌 본인의 연금계좌에서 매달 1만원씩 보내고 있다.

이들이 작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기여를 할 수 있는 건 소액 정기기부 캠페인 ‘KU PRIDE CLUB(고려대 프라이드 클럽)’ 덕분이다. 계좌 한 개당 월 1만원씩 학교 장학금에 기부할 수 있는 이 캠페인은 기부 습관을 젊은 시절부터 형성하고, 소액기부를 활성화해 기부 선순환을 만들려는 취지로 2015년 시작됐다. 3년 만에 4,577명이 1만4,977 계좌를 만들어 총 45억2,000여만 원이 적립됐다. 이 금액으로 재학생 118명이 해외 교환학생 장학금 혜택을, 1,500명이 생활비 지원을 받았다.

‘젊은 시절부터 기부 습관을 형성하자’는 취지지만, 학교를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난 고령 졸업생들의 참여가 폭발적이다. 철학과 58학번 졸업생 김면중(81)씨는 3년 전 다른 행사 참석차 고대에 방문했다 캠페인에 가입해 매달 5만원씩 기부 중이다. 김씨는 “보통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가면 5만~10만원씩 부조를 내지 않느냐”며 “한 달에 한 번 고려대를 위해 결혼 잔치에 가는 셈 친다”고 했다. 매달 10만원씩 기부 중인 상학과 51학번 졸업생은 “적은 금액으로도 기부할 수 있어 주변 동문들에게도 권하기 좋다”며 “1만원으로 시작한 사람들도 기부하는 기쁨에 3만원, 5만원으로 늘리더라”고 귀띔했다.

고려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캠페인에 참가하기도 한다. 중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궁모(33)씨는 고려대와 별다른 인연이 없지만, 식당을 자주 찾는 고려대 교수의 권유를 받고 기부를 시작했다. 학교와 직ㆍ간접적인 연을 맺고 있는 학교 주변 상점 42곳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고, 전체 기부자 중 교우, 교직원, 학부모가 아닌 사람은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소액 정기기부 캠페인은 다른 대학으로도 퍼지는 추세다. 서울대는 2016년 ‘만만한 기부’를 시작했고, 일본 와세다대도 ‘1,000엔(한화 1만원)부터 대학을 도울 수 있습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병현 고려대 기금기획본부장은 “3년째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다수의 소액기부자를 확보하는 게 큰 액수를 기부하는 소수 기부자를 찾는 것보다 더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부습관을 갖도록 하는 게 학교는 물론 사회의 안전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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