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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 엘리트 실태

입력
2018.10.01 18:30
수정
2018.10.01 18:4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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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국을 흔든 브렛 캐버너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의혹 사태를 따라가면 미 엘리트들의 감춰진 과거, 현재와 만나게 된다. 과거는 학창시절, 현재는 성폭행 의혹을 대하는 기성 엘리트의 모습이다. 캐버너가 해명을 위해 공개한 36년 전 졸업 앨범과 책상 달력 메모에는 학창시절이 담겨 있다. 워싱턴 인근 유명 고교인 조지타운 프렙을 다닌 캐버너의 기록에서 음주, 성적 행위까지 추측할 수 있다. 메모만 보면 어떻게 예일대에 들어갔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데블스 트라이앵글(Devil's Triangle)’이 대표적이다.

▦ 선박과 항공기가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버뮤다 3각지대 미스터리가 아니다. 은어로 데블스 트라이앵글은 3인 간의 성행위를 뜻한다. 캐버너는 동전을 테이블에 튕겨 술잔에 넣으면 상대에게 벌주를 마시게 하는 쿼터 게임이라 해명했으나, 조롱 댓글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캐버너보다 2년 늦게 같은 고교를 졸업한 보수 대법관 닐 고서치도 덩달아 역풍에 휘말렸다. 그의 졸업 앨범 메모에는 ‘파시즘 포에버 클럽’ 창립 회장, 알코올 중독 부정 등의 이력이 나온다. 장난기로 적은 것일 수 있지만 엘리트들의 학창생활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 미국 상위 1% 계층의 자녀들은 가난한 집 자녀보다 아이비리그에 77배나 많이 들어가 엘리트 코스를 밟는다. 이들 엘리트의 특징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배우고,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고 샤무스 칸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적한다. 그것이 캐버너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분노와 눈물로 결백을 주장한 배경이란 얘기다. 입법 엘리트인 공화당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36년 전 캐버너에게 당할 뻔한 악몽을 조용히 증언하는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에게 관련 질문을 아예 던지지 않았다.

▦ 지금까지 풍경은 1991년 클레어런스 토머스 대법관 인준청문회와 다르지 않다. 그때 의원들은 상습 성희롱을 증언한 애니타 힐 브랜다이스대 교수를 비난하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7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 엘리트들의 청문회는 진부한 정치 가면극 같다. 당시 토머스 성희롱 의혹 무시에 분노한 여성 표심은 이듬해 선거에서 핑크색 바람을 일으켰다. 이번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연방하원 435개 선거구에 여성후보는 절반을 넘어서 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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