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70주년 기념행사가 1일 야간에 실내행사로 치러졌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시가행진 없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광장에서 태권도 시범과 블랙이글스 비행, 축하 공연 등으로 진행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군이 눈칫밥 먹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무슨 죄를 지었다고 조촐한 기념식을 하느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국군의 날을 맞아 대북경계심을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군을 스스로 폄하하는 정치공세가 아닐 수 없다.

통상 5년 단위로 성대히 열렸던 이전 행사를 기준으로 보면 외형이 축소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2008년의 60주년과 2013년의 65주년 행사 때는 병력과 전차, 자주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을 했다. 청와대는 군사 퍼레이드 중단에 대해 “행사 동원 장병들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남북이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고 떳떳하게 얘기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본다. 지난달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는 등 축소해서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크게 시비할 일은 아니다.

시가행진은 없었지만 70주년 국군의 날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었다. 북한 지역에서 발굴된 한국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64위가 돌아와 대통령 주관으로 봉환식이 치러졌다. 한국과 주한미군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유해에 일일이 참전 기장을 수여하는 등 최고 예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유엔군 참전용사와 유공 장병을 초청한 국군의 날 경축연 오찬도 처음 청와대에서 열렸다. 때마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는 남북 군사당국 합동으로 지뢰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동원된 군사 퍼레이드만이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내부 결의를 다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의 자신감은 지속적인 개혁과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진정한 안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차질 없이 이행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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