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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돌아온 골프 황제, 돌아온 ‘인간 우즈’

입력
2018.09.29 0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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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부 골프클럽은 여전히 피부색을 이유로 나의 플레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1996년, 21세 천재 골퍼 타이거 우즈(43ㆍ미국)는 나이키 광고에서 직설적인 메시지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꼬집었다. 그는 세상을 향해 물었다.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당신들은 나를 맞을 준비가 됐는가.” 이후 흑인 골퍼 우즈의 활약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 미국인들은 그를 ‘천재 골퍼’ 대신 ‘골프 황제’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타이거 우즈의 발자취는 ‘골프 황제’란 별명과 거리가 멀었다. 2009년 말 불거진 섹스 스캔들로 그의 골프인생은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건 이후 우즈는 섹스중독 재활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았고, 이듬해 전처 엘린 노르데그렌에 우리 돈으로 1,000억원이 훌쩍 넘는 1억 달러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다. 설상가상 그는 2012년 무릎수술 이후 2014년부턴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4차례나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해 5월엔 약물에서 취한 채 차 안에서 발견됐단 소식과 함께 ‘눈 풀린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사진)’으로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 그의 재기를 장담하는 이는 없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를 건져 올린 건 결국 골프였다. 올해 하반기 들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디오픈 챔피언십 공동6위, PGA 챔피언십 준우승, 플레이오프 BMW 챔피언십 공동 6위 등 꾸준히 실력을 입증하더니,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끝난 투어 챔피언십에서 끝내 우승을 따냈다. 2013년 8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다시 미국이 우즈 열풍에 들썩이고 있다. 올해 우즈와 함께 PGA 무대에서 활약한 안병훈(27)은 “(우즈 복귀로)골프장에 술에 취한 사람이 많아지는 등 광팬들이 늘었다”고 했다. 인간 우즈를 향한, 정제되지 않은 응원이다. 28일 개막한 라이더컵에 미국 대표로 나선 그를 향한 자국민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지지 역시 선수뿐만 아닌, 인간으로서의 재기를 응원하는 목소리일 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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