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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답방 때 반대 시위 예상... 도심 카퍼레이드 쉽지 않을 듯"

입력
2018.09.29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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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내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내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근 남ㆍ북ㆍ미 접촉 일지 및 예상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근 남ㆍ북ㆍ미 접촉 일지 및 예상 그래픽=강준구 기자

평양 정상회담에 이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종전선언과 핵 신고의 선후를 둘러싼 이견으로 교착상태이던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월 중에도 가능하지만 그 이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의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2차 회담은 양측 간 실천적인 조치들과 비핵화 이행 시간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했던 본보 청와대팀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팀, 외교안보 담당 기자들이 한반도 정세를 짚어보기 위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현 대화 국면 재개를 이끈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리고 회담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마음은 콩밭에(콩밭)=육ㆍ해ㆍ공 적대행위 금지로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했고,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냄으로써 북미 대화 재개를 이끌어냈다는 게 정부 자평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깜짝’ 백두산 방문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 물에 손을 담그고, 그 모습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모습을 이번 회담 ‘베스트 컷’으로 꼽고 싶습니다.

판문점 메아리(메아리)=2000년 6ㆍ15공동선언이 총론, 2007년 10ㆍ4정상선언이 각론이라면 9월 평양선언에는 드디어 실천적 성격이 부가됐다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설명했지요. 동서 냉전이 끝난 게 20년 전입니다. 한반도에만 봄이 오면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30대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독재자로 여생을 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모험을 택한 듯합니다. 미국과 맞서 보려 했을 때는 남측이 안중에 없었겠지만 지금은 달라요. 중간에서 다리 놔줄 중재자가 필요해졌죠. 남측의 역할이 커졌지요. 이번 방북의 압권은 15만 평양시민을 상대로 한 연설 장면이지요. 남측 대통령에게 보낸 함성과 박수가 잊히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 19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후 평양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 19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후 평양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오늘도 커피 세 잔=최선의 합의이자, 최고의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 합의는 남북 공동선언에서 발표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이어 두 정상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손을 맞잡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달라진 남북관계를 각인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었습니다.

평생 낮술(낮술)=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면모’가 드러났죠. 평양시내 카 퍼레이드 제공, 백화원 숙소 안내, 능라도 대중 연설, 백두산 공동 등반까지 문 대통령을 한껏 대접하며 남측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동시에 의구심도 스멀스멀 올라온 게 사실입니다. 전례 없는 북측의 평화 공세에 한반도 봄날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다가도, 문뜩 우리에게 원하는 대가가 무엇이길래 이 같은 환대를 제공할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쓴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협상 원칙은 남북관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당탐구생활=좁은 케이블카 안에서 남북의 정상 부부 4명이 마주 앉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던 10분을 명장면으로 꼽고 싶네요. 도보다리 회담에서 이어진 남북 정상의 신뢰가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불나방=DDP 프레스센터 분위기는 어땠나요. 4월 일산 프레스센터 때와 비교한다면.

사이다 말고 탄산수=첫날 오전 프레스센터 분위기가 너무 차분해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무개차 퍼레이드부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결정, 백두산 친교일정 등 깜짝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서울 분위기도 서서히 고조됐죠.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서울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취재진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서울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취재진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낮술=일산에선 남북 정상의 첫 만남 때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죠. 한층 객관적인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을 바라본 것인데요. 한반도 비핵화에 중요한 것은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 달렸다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 장면으로 보입니다.

불나방=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가 가장 두드러졌죠. 사실상 남북 간 종전선언이라는 청와대 측 설명이 뒤따랐지요. 그러나 북핵은 놔두고 우리만 무장해제했다는 비판도 많아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군사합의의 각론을 따졌을 때 남측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해온 것으로 볼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내준 부분이 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그렇죠. 우리는 비행금지구역 바깥에서 고고도무인정찰기로 대북감시를 이어갈 수 있지만, 이런 자산이 없는 북한 입장에선 대남 감시 상당 부분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지요. 총을 함께 내려 놓자는 합의를 했는데, 총을 왜 내려놨냐고 비판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불나방=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예고됐습니다. 경호나 의전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

콩밭=김 위원장을 따라 다니면서 대규모 반북 시위가 예상됩니다. 도심 한복판 카 퍼레이드는 어렵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는 중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개차를 함께 타고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는 중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개차를 함께 타고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메아리=6ㆍ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주석의 손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초유의 경호작전이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미워도 무례를 범하는 건 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으로선 남북 간 이질성을 인정하는 편이 미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는 데 유리할 것 같아요.

미식가=김정은 답방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대한 배려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보수단체의 집회시위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북한 지도자의 사상 첫 방남의 의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매우 세심하고 입체적인 의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불나방=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논의한 중재안은 뭐였을까요. 연내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을까요.

메아리=적대 행위를 종식한다는 의미의 정치적 선언이라는 게 남북 정상의 공통된 설명인데요. 미국이 요구하는 ‘핵 리스트 신고’를 당장 수용하기가 버거우니 고육책으로 반대급부의 의미를 축소한 게 아닌가 싶어요. 북한으로선 제 핵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핵 신고는 초기 조치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특별사찰이니 추가 검증이니 하면서 자기들 군사시설 전반을 들여다보려다 안 되면 판을 깰 빌미만 미국에 줄 것 같다는 게 저들 불안감이라는 게 대북소식통들 전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합의가 있었다"며 "미북정상회담의 조기개최와 성공을 기원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합의가 있었다"며 "미북정상회담의 조기개최와 성공을 기원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식가=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평양회담을 극찬하며 마치 비핵화가 술술 풀릴 듯 해 보이지만 이제부터가 본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비핵화 과정 속 디테일에서 여러 문제들이 논란이 될 듯 합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는 미국 전문가들을 참관하게 하겠다 했으나 말 그대로 ‘참관’일 뿐입니다. 북이 이미 세팅해 놓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지, 검증 받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또 비핵화의 핵심 요소인 신고-검증에 대한 갖은 추측이 난무할 뿐 실체는 여전히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전통적 비핵화 과정과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사찰 과정을 일단 건너 뛰겠다는 것이라면 결국 선별적 비핵화가 아니냐는 논란으로 튈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정작 핵심을 놓칠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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