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핫&쿨] 3병 이상 소지한 사람에 벌금 추진

지난 2007년 촬영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모습.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이번에는 야간에 술을 소지한 관광객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베네치아 시의회는 오후 7시 이후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음료를 소지할 경우 벌금을 매기는 내용의 조례를 다음달 통과시킬 예정이다. 시내 거리에서 관광객들이 밤 늦게까지 술판을 벌이는 걸 막으려는 것인데, 밀봉된 술까지도 단속 대상이어서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치아 경찰 관계자는 “술을 사서 집으로 가는 주민들은 관계 없다”며 “길에서 술에 취한 사람, 가방 내 3병 이상의 술병을 소지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베네치아는 관광객에 강력한 벌금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루이지 브루가노 베네치아 시장은 지정되지 않은 곳에 앉는 이들에게 최대 500유로(약 6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발의한 바 있다.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적발되면 20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하는 제도도 시행 중에 있다. 운하에서 수영이나 다이빙을 할 경우 450유로, 수영복을 입거나 상의를 탈의한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닐 경우 200유로, 새에게 모이를 주거나 음식물을 거리에 버리고 갈 경우에도 최대 200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시 당국은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진상 관광객’으로부터 베네치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설명이다. 실제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상당수 주민은 베네치아를 떠났다. 1951년 17만5,000명에 달했던 거주민은 현재 5만5,000여명으로 줄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매년 2,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베네치아를 찾고 있는 가운데, 관광 도시를 떠나는 거주민의 수도 점차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베네치아의 벌금제도가 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지 매체는 알코올 소지 제한 조치와 관련, “이탈리아 북동부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트위터에는 ‘관광으로 돈을 벌면서 관광객들에게 벌금까지 매기는 것은 너무 했다’, ‘이탈리아 말고 관광객 친화 국가로 여행 가자’ 등의 비판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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