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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없이 스마트폰 충전, 비밀은 자기장에 있죠

입력
2018.09.29 1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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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패드 위에 올려 핸드폰을 충전하는 무선충전방식은 자기유도방식을 사용했다. 삼성전자 제공
충전패드 위에 올려 핸드폰을 충전하는 무선충전방식은 자기유도방식을 사용했다. 삼성전자 제공

최근 스마트폰 무선충전기가 보급되면서 무선충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이 기술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었다. ‘콘센트로부터의 독립’을 이루게 한 무선충전기술은 전자기기 사용 확대와 함께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콘센트와 연결돼 있지 않아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마법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져 있는 걸까.

 자기장의 변화가 전류 만들어 

현재 널리 쓰이는 무선충전 방식은 자기유도와 자기공명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모두 전자기 유도현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전자기 유도현상의 발견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20년 덴마크의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나침반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이를 거꾸로 생각했다.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면 반대로 자기장이 전류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러데이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코일 속에 자석을 넣다 뺐다 했더니 코일이 전지와 연결돼 있지 않았는데도 전류가 흐르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후 자기장의 변화에 따라 전류가 흐른다는 전자기유도법칙을 1831년 영국왕립학회에서 발표했다.

전자기유도현상
전자기유도현상

패러데이 실험에서 나타난 전자기유도 현상은 이렇다. 위쪽에 자석, 아래쪽에 코일이 있고 코일을 통과하는 자석의 자기장이 5개라고 가정해보자. 자석을 코일 쪽으로 밀면 코일을 통과하는 자기장이 많아진다. 자연 상태의 물질은 자기장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석을 밀어내도록 반대 방향의 자기장이 코일에 걸리면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전자기유도현상에 만들어진 이 전류를 유도전류라고 한다. 평소 흔히 쓰는 교통카드도 전자기유도현상을 이용했다. 버스에 달린 교통카드 단말기에선 자기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근처에 교통카드를 가져가면 교통카드 속 코일의 자기장 변화에 의해 유도전류가 생겨난다. 이 전류를 이용해 별도의 배터리 없이도 교통카드 집적회로(IC)칩을 작동시킨다.

 자기유도ㆍ공명 모두 유도전류로 충전 

자기유도 방식으로 무선충전하는 스마트폰과 충전패드에는 모두 코일이 들어있다. 충전패드에는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위한 1차 코일이, 스마트폰에는 2차 코일이 내장돼 있다. 충전패드를 전원에 연결하면 1차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서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이때 중요한 건 1차 코일을 흐르는 전류가 교류(AC)여야 한다는 점이다. 직류는 교류와 달리 전류의 세기와 방향이 일정하기 때문에 자기장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전영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장은 “교류로 인해 1차 코일의 자기장 방향ㆍ세기가 계속 바뀌면서 2차 코일에서 자기장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유도전류가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자기유도 방식의 장점은 전력전송 효율이 90% 이상으로 효율적이다. 전자파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 하지만 무선충전을 위해선 1차 코일의 자기장 범위 안에 2차 코일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두 코일의 중심이 정확히 일치해야 충전이 이뤄지는 건 한계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무선충전기술이 자기공명 방식이다.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약 2m 떨어진 곳에 있는 전구에 전기를 유도해 불을 밝히는 데 성공하면서 기술개발의 물꼬를 텄다. 소리굽쇠를 두드리면 멀리 떨어진 다른 소리굽쇠도 진동하는 공명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물질마다 고유한 주파수가 있다는 점을 응용했다. 충전패드의 1차 코일과 충전하려는 기기의 2차 코일 주파수를 같게 해 비교적 먼 거리에 있어도 자기장이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자기유도방식과 마찬가지로 2차 코일의 자기장 변화가 유도전류를 만들어 물건을 충전시킨다. 1차 코일과 2차 코일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되고, 동시에 여러 물건을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두 코일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력전송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1차 코일과 2차 코일이 약 2m 떨어져 있으면 전력전송 효율은 40%까지 떨어진다. 1차 코일에서 전력 100을 보내도 2차 코일에 전달돼 생산되는 전력이 40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자기공명 방식, 낮은 효율 극복이 관건 

무선충전이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전기자동차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나비오는 전 세계 무선충전 시장 규모가 2015년 17억2,000만 달러(약 1조9,300억원)에서 연평균 33.1% 성장, 2020년엔 89억9,000만달러(약 10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전제품과 전기차만 고려한 수치다. 이 기간 가정용 전자기기가 무선충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에서 56%로 감소하고 그만큼 전기차의 비율이 높아지는 거로 나왔다.

특히 자기공명 방식을 활용해 달리는 도로에서나 주차장에서 무선충전을 할 수 있다면 배터리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중국이 161㎞ 길이의 태양광 패널 고속도로를 2022년 개통, 전기차가 달리면서 무선 충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술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 비중은 25~30%다. 전 센터장은 “자기공명 방식의 낮은 전력전송 효율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심경석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자기공명 방식이 향후 무선충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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