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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축출 후 분할 통치… 테러ㆍ납치ㆍ난민 ‘화약고’로

입력
2018.09.28 18:00
수정
2018.11.08 15: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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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리비아 트리폴리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서 한 관계자가 검게 그을린 현장을 살펴 보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벌인 이날 공격으로 선관위 직원 10명과 경비원 2명, 범인 2명 등 14명이 사망했다. 트리폴리=신화 연합뉴스
지난 5월 2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리비아 트리폴리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서 한 관계자가 검게 그을린 현장을 살펴 보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벌인 이날 공격으로 선관위 직원 10명과 경비원 2명, 범인 2명 등 14명이 사망했다. 트리폴리=신화 연합뉴스

◇카다피 몰락 이후 내전 상태 지속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발생한 ‘자스민 혁명’의 불길은 리비아에도 영향을 줬고, 결국 42년 간 지속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붕괴했다. 하지만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제1차 내전으로 불리는 카다피 축출과정에서 2011년 11월 출범한 국가과도위원회(NTC)가 효과적으로 정국을 장악하지 못했고, 시민군과 민병대가 세력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2012년 제헌의회(GNC) 선거를 통해 200명 의원이 선출된 후 알리 제이단 총리를 주축으로 과도정부가 구성되었지만 정치적 불안정은 계속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와 정부군-민병대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고,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납치와 암살 그리고 외국공관에 대한 공격이 빈번히 발생했다.

2013년 결국 총선 및 대선이 연기되기에 이른다. 그 해 10월에는 리비아 동부 주요 8개 종족이 연합해 독립을 선포하고 벵가지를 수도로 하는 ‘키레나이카(Cyrenaica)' 자치정부를 꾸린 후 주요 석유시설을 점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4년 6월 제헌의회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총선이 실시됐고, 8월 하원에 해당하는 대표의회(HoR)가 출범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는 동부의 토브룩 지역에만 통치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14년 7월 이슬람 세력은 이에 반발, 트리폴리를 공격해 제2차 리비아 내전이 발발하게 됐다. 이슬람 반군은 ‘리비아 새벽 작전’(이후 무장단체의 이름으로 사용됨)을 벌여 트리폴리를 장악한 후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총리를 따로 선출했다. 2015년 12월 유엔 중재로 리비아 내전 해결을 위해 주요 정치세력이 모여 리비아평화협정(LPA)을 체결했고, 2016년 파예즈 알 사라지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GNA)가 공식적인 리비아 정부로 국제사회 인정을 받고 트리폴리에서 출범했다.

리비아는 현재 알 사라지가 이끄는 통합정부를 비롯해 동부의 토브룩과 서부의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하는 2개의 세력이 실질적으로 리비아를 분할해 통치하고 있다. 토브룩에서는 리비아 정부군을 이끌고 있는 칼리파 하프타르와 이 지역에 기반을 둔 대표의회 의장 아구일라 쌀리흐가 활동하고 있다. 트리폴리에는 국가최고회의 의장인 칼리드 미쉬리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프랑스의 중재로 내전 당사자들이 파리에서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2월 10일 총선과 대선을 치르고 모든 정당과 파벌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군대와 보안 기구를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합의가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국제사회가 인정한 리비아 공식 정부 GNA 측 무장 세력이 25일 트리폴리에서 경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리폴리=AFP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인정한 리비아 공식 정부 GNA 측 무장 세력이 25일 트리폴리에서 경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리폴리=AFP 연합뉴스
리비아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2014년 5월 아비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4년부터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세력과 다른 반군, 민병대 간 전투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비아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2014년 5월 아비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4년부터 하프타르를 지지하는 세력과 다른 반군, 민병대 간 전투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슬람 근본주의자 세력 규합 전 정치적 안정 확보 시급

리비아에는 2011년부터 유엔 사무총장 권한으로 군사적 임무가 아니라 정치적, 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리비아유엔지원임무단(UNSMIL)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UNSMIL은 활동기간을 내년 9월15일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힘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세력 확대를 위해 서로 충돌중인 무장세력들은 무력을 바탕으로 이합집산해 지역 혹은 이념 등을 기반으로 리비아를 위협할 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리비아는 대다수 국민이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강하지 않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세력을 규합하기 전에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사회는 리비아가 실질적인 정부를 구성하여 무장 세력을 와해시키고 정치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 군과 경찰력을 확보하는 데 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의 정치적 불안정은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2016년 리비아 정부군과 국제동맹이 제압했지만 IS는 리비아의 불안정한 상황을 틈타 시르테를 포함한 몇몇 해안 도시를 장악한 적이 있었고 이후에도 규모는 작지만 IS 주도의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IS는 지난 10일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국영석유공사(NOC) 본부를 공격했는데,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리비아 해안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지난달 10일 구조 보트에 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리비아 해안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지난달 10일 구조 보트에 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난민 문제, 정치적 불안정 부추겨

아프리카 난민 문제는 리비아의 정치적 불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불법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던 리비아가 2011년 붕괴된 이후, 아프리카 난민들은 리비아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리비아로 몰려들고 있다. 카다피 정부가 전복되기 전 2년 동안 리비아 튀니지 등에서 건너온 난민 수는 수천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2014년 17만명, 2015년 15만명, 2016년 18만명으로 급증해 이제는 리비아의 난민문제가 유럽국가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유럽국가는 리비아에 자금을 지원하여 난민들이 유럽으로 오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하고 있다. 리비아와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가 리비아의 해안 경비대가 무력을 사용해 아프리카 난민을 막는 것을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 예다. 해안경비대는 난민들이 ‘해상 무장조직’이라고 부를 만큼 악명을 떨치고 있다. 올해 7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1만1,500명인데, 작년 7월의 2만3,500명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보면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리비아에 대한 유럽국가의 지원은 무장조직의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며, 효과적인 중앙정부의 출현을 막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목적 없는 납치 골머리지만…진출 포기 안 돼

최근 리비아에서 잇따르는 무장단체의 납치 사건은 ‘납치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납치 피해자는 정치인에서 사회운동가,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리비아 중앙정부가 통치력이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IS를 비롯한 테러조직과 소규모 민병대나 무장조직이 언제든지 우리 국민을 납치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납치사건 중 상당수는 특별한 정치적 목적이 없어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는 지난 17일 사업차 리비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36명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강제소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가 정치적 안정을 확보한다면 막대한 석유(매장량 아프리카 1위ㆍ세계 9위)와 천연가스(매장량 아프리카 5위ㆍ세계 22위)를 바탕으로 거대한 건설시장이 열릴 게 자명하다. 카다피 정부 당시 우리 기업이 구축한 기득권을 지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리비아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리비아 진출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HK 교수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HK 교수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HK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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