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대학 간호학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비뽑기로 선정되면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지를 내리고 관장을 하는 것인데 최소 7개 학교에서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질이 심하거나 생리 때도 관장 실습 대상이 돼 수치스러웠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최근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폭로한 글. 페이스북 캡쳐

최근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 ‘모 학교에서 관장 실습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같은 일을 겪은 모 대학 간호학과 2학년 A씨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A씨에 따르면 4,5명씩 조를 구성하고, 이 가운데 제비뽑기를 해 관장 실습 대상자 1명을 뽑는다. 이 대상자는 바지를 내리고 침대에 누워 항문에 관장약 주입 호스를 삽입해 환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침대 주위에 커튼을 치지만 이 실습은 같은 조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 수치심에 거부하면 같은 조원들까지 실습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다른 대다수 학교도 모형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꼭 동기들끼리 관장을 해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토로했다.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지만 학생들은 항의하지 못했다. A씨는 “교수님을 앞으로도 쭉 봐야 하는데 찍혀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을 하는 학교는 최소 7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이 프로그램에서 “지금까지 제보 받은 곳은 7곳”이라며 “경악했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실제로 (관장을) 할 때는 선배 간호사가 여러 번 시범을 보여주고 2,3명이 같이 한다”면서 “그렇게까지 해서 배워야 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형으로 실습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최 간호사는 충격적인 제보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치질이 심한 학생이 실습 대상이 됐는데 같은 조원들이 지켜보면서 ‘얘는 항문이 왜 이래’라고 말해 수치심을 느낀 학생, 생리 중에 실습 대상이 돼 대충 휴지로 틀어막고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최 간호사는 “대학교라고 하지만 시간표가 정해져 나오고 대부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수업이어서 다른 교수의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없다. (수업을 수강하지 않을 경우) 1년을 다시 다녀야 하는데 어차피 그 교수님이기 때문에 싫다고 맞서거나 수업을 수강하지 않고 졸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간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트라우마를 남기면서까지 진행해야 할 정도로 관장 실습이 중요한지 모르겠고, 그렇게 필요하다면 교수가 직접 자기 엉덩이를 희생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비난했다. 그는 ‘4년간 같이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동기들 앞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항문에 이물질을 주입 당하고 관장을 해야 한다니 이건 거의 강간에 준하는 트라우마를 남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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