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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로운 軍, 주변국 억제력 갖춰야

입력
2018.09.26 19: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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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대변혁의 시기가 도래하려 한다. 창군 이래 70년 동안 남북은 적대적으로 서로 총을 겨누며 마주보았다. 북한은 그 기간 동안 무자비한 전쟁을 일으켰고 수많은 도발을 자행하며 우리를 괴롭혀왔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체제가 현재까지도 유지되며 국력의 상당부분을 국방 분야에 쏟아왔다. 이제 평양공동선언과 북한 태도에 긍정적인 언급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UN총회 연설 등을 종합해 봤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만 신뢰를 지켜 준다면 종전선언을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남북이 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동반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국방부와 군은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 억제와 전쟁억제력 등의 명분으로 수월하게 예산을 획득했던 국방부는 종전시대에 어떤 명분으로 조직을 유지하고, 예산을 획득할 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하여 병력수를 줄이는 대신 장비를 첨단화하여 전력지수를 유지하는 국방개혁2.0이라는 변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종전체제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즈음에 공군 출신인 정경두 전 합참의장이 새 국방부장관에 취임했다. 각종 논란 끝에 어렵사리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던 송영무 전 장관은 재임기간 내내 설화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진중해야 할 국방 분야가 장관의 정제되지 않는 발언들로 인해 희화화 한 것을 정 장관은 다시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품위로 돌려놓아야 한다. 해군참모총장 시절부터 자신의 생각을 앞세운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송 전 장관과 달리, 공군참모총장 시절은 물론 합참의장 때도 남의 말을 경청하며 진중했던 정 장관은 이런 면에서 다행이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정 장관이 워낙에 공군 무기체계 전문가라는 점이다. 이는 오랫동안 자신이 원했던 무기체계들이 남들보다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군 출신의 송 전 장관 시기 해군은 원자력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대형 강습 상륙함 등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무기체계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장밋빛 꿈을 꾸었다. 하지만 공군 출신 장관으로 바뀌면서 해군은 이제 이런 사업들이 물 건너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공군은 희망 속에 있던 사업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단거리 타격 위주 전력인 육군은 종전선언과 장관 교체로 인해 좌초되지 않을까 걱정 된다.

그러나 장관이 바뀌었다고 군 전체의 전력 정책이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그동안 우리 군의 근간이 되는 전력 정책이 고민 없이 수립되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군은 ‘종전’이라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에 직면하게 되면 예산 획득 과정이 북한과의 전쟁 상태일 때보다 훨씬 힘들어질 수 있다. 어렵사리 획득한 예산을 특정 군을 위한 전력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군대의 성격 면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억제력을 가진 군대를 만들 필요가 더 커진다. 그렇지만 종전이 된다 해도 평화체제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북 전력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추진되고 있는 전력사업이 오직 북한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것 보다는 예산과 시간이 좀 더 소요되더라도 주변국에 대해 함께 사용될 수 있는 전력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전력 정책이 시대와 맞지 않다면 과감히 바꾸고, 그렇지 않다면 끝까지 밀어줘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뢰성 있는 비핵화 실천과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을 기대하면서 이로 인해 따라오는 종전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준비하는 시기를 희망한다. 이에 국방부는 품위를 갖추어 신뢰를 회복하면서 자군 이기주의를 혁파하고,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억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군대를 준비하기를 바란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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