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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차 남북정상회담과 대전환의 시대

입력
2018.09.26 19: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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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탈그룹 스콜피언스의 노래 ‘Wind of change(변화의 바람)’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팝송이다. 1989년 발표 이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밴드가 소련을 방문해 고르바초프 서기장 앞에서 연주하면서 냉전종식과 소련의 변화 그리고 독일통일을 예언한 곡으로 유명하다. “모스크바 고르끼 공원을 거슬러 내려가며 변화의 바람을 들으며”라는 노래가사처럼 변화의 바람은 소련을 넘어 유럽에 퍼졌고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통일이라는 역사의 대전환을 이끌어 냈다. 유럽은 갈등과 분단을 넘어 신뢰와 협력, 풍요의 시대로 변했다.

반면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은 70년 동안 이어졌고 우리는 앞전 세대의 잘못된 선택과 외세의 개입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받으며 분열돼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6ㆍ25 남침,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충돌부터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기까지 한번 깨어진 신뢰를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해 3차 북핵 위기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북폭 가능성을 우려하며 한반도 전쟁가능성을 예측했다. 그러나 북폭은 수많은 북한 동포의 희생과 함께 또 다른 분단과 분열을 야기하는 길이며,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한반도에서 서서히 냉전이 걷히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월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관계는 급속히 개선되고 있고, 핵문제로 갈등하는 북한과 미국을 적극 중재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평양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4ㆍ27 판문점선언과 5ㆍ26 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핵위기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회담이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후 지지부진했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종전선언, 대북제재가 주요 의제가 됐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평양선언은 ‘북한판 페레스트로이카’에 비견될 수 있다. 평화공존을 위한 군사공동위 설치, 비핵화를 위한 동창리 시험장 폐쇄, 인도주의 실현을 위한 금강산 면회소 설치에 이르기까지 그 선언적 의미는 광범위하면서도 구체적이다. 특히 평양선언에 담긴 ‘연내 철도ㆍ도로를 연결’한다는 발표는 ‘북방으로의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넘어 동아시아 대전환의 시작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오늘날 EU의 모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 같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주창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신북방정책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며 북한을 통한 철도연결은 동아시아 물류 연결 효과뿐만 아니라 굳게 닫힌 북한의 빗장을 열어 북한 경제개발과 자원개발을 견인할 것이다. 철도에서 시작된 신뢰를 바탕으로 전력 가스 농업 수산에 이르는 9개 부분에서 남북과 동아시아를 연결하고, 연결된 9개 다리는 남북화해와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 종국에 통일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변화와 상생발전을 선택한 북한의 개방은 부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북한은 그동안의 경험과 중국 및 베트남 모델을 참고하고 소련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활용하여 체제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을 이끌 것이다. 이 점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급격한 북한의 붕괴나 체제 이행으로 인한 정치ㆍ경제 위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국 및 몽골,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을 북한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며 동아시아 네트워크 건설과 확충을 통해 상생방안을 확보하고 지자체, 기업들과 연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방경제 사령탑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기대되며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다가올 종전선언과 함께 펼쳐질 한반도 평화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동아시아 대전환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신욱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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