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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빠’서 ‘약탈자’로… 빌 코스비 최대 10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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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아빠’서 ‘약탈자’로… 빌 코스비 최대 10년형

입력
2018.09.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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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최대 10년형 판결을 받고 수갑을 찬 채 펜실베이니아주 노리스타운에 있는 몽고메리카운티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노리스타운=AP 연합뉴스
미국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최대 10년형 판결을 받고 수갑을 찬 채 펜실베이니아주 노리스타운에 있는 몽고메리카운티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노리스타운=AP 연합뉴스


1980년대 방송에서 모범적인 아버지상을 연기하면서 미국의 ‘국민 아빠’로 불렸던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법정에서 “성범죄 약탈자”로 전락하며 최대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법원의 스티븐 오닐 판사는 25일(현지시간) 코스비가 2004년 앤드리아 콘스탠드에게 약물 주입 후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인정해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코스비의 변호사가 요구한 항소 중 보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코스비는 펜실베이니아주 감옥에서 최소 3년을 보낸 후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닐 판사는 또 코스비를 펜실베이니아주법상 ‘성범죄 약탈자’로 선언했다. 이 선언도 법적인 의미가 있다. 코스비는 평생 경찰에 성범죄자로 등록되고 1개월마다 상담을 받아야 한다. 콘스탠드는 물론 코스비의 이웃과 학교도 그의 주소지, 특정 행동과 범죄 사실을 통보받게 된다.

코스비는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 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갑을 찬 채 법원 뒷문으로 빠져나가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올랐다. 콘스탠드는 미소를 지으며 법원을 나섰고, 법정에서 증언한 코스비의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를 맞았다. 지금까지 코스비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이는 50명이 넘는데, 콘스탠드가 법정 분쟁까지 나온 유일한 사례다. 이들을 대변한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는 “심판의 날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 나온 수많은 고발자들이 법적 시효 때문에 정의의 실현을 보지 못했다”라고 덧붙이며 이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공소를 지휘한 케빈 스틸 지역검사는 판결 이후 기자회견에서 “코스비는 클리프 헉스터블 박사 뒤에 숨었다”고 표현했다. 헉스터블은 1980년대 ‘코스비 쇼’에서 코스비가 연기한 모범적인 아버지상 캐릭터다. 스틸 검사는 “그가 수갑을 차기 전까지 수많은 이들이 코스비는 헉스터블 같은 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비의 대변인 앤드루 와이어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재판”이라는 요지로 긴 성명을 내며 판결을 비판했다.

코스비는 2004년 콘스탠드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한 혐의로 2005년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유사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그 해 12월 재기소됐다. 지난해 6월 첫 재판에서는 배심원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미결정 심리로 끝났지만, 올해 4월에는 배심원 12명이 합의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코스비 재판은 지난해 10월 성범죄 피해를 공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확산한 이후 이뤄진 첫 유명인 성범죄 관련 판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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