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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부터 게임 전시회까지... 세상은 '구글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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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부터 게임 전시회까지... 세상은 '구글 생태계'

입력
2018.09.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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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구글이 야외에 차린 구글 어시스턴트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곽주현 기자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구글이 야외에 차린 구글 어시스턴트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곽주현 기자

‘여기서부터 90분.’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끈 곳은 전시회 내내 인산인해를 이루던 구글의 330㎡(100평) 규모 야외 부스였다.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알록달록한 구글 어시스턴트 부스에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 2시간여를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전제품 업체도 아닌 구글이 이처럼 행사장의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국내 한 제조사 관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이 가진 힘과 영향력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회에서 사실상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는 구글이 이번에는 게임 전시회에 참가한다. 18일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조직위원회는 구글이 11월 15일 시작하는 전시회에 부스를 내고 일반 관객을 맞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이 지스타에서 B2C(기업-고객간 거래)관에 부스를 내는 건 처음이다.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안드로이드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앞세운 구글의 또 다른 무기는 앱 장터 ‘구글 플레이’다. 세계 스마트폰의 80%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구글플레이는 모바일 게임에 성패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규 게임의 겨우 구글플레이가 추천하는 ‘모바일 게임 기대작’ ‘화제의 게임’ 코너 노출 여부에 따라 게임의 흥행이 좌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앱 판매액 수수료 30% 정책에 일부 게임 개발사들이 반기를 들고 있지만, 여전히 모바일 업계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일각에서는 “구글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지스타에 참여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각 업체에서 나눠주던 '안드로이드 배지'. 곽주현 기자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각 업체에서 나눠주던 '안드로이드 배지'. 곽주현 기자

실제로 올해 개최된 각종 대형 전시회에서 구글은 주제와 상관 없이 항상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처음 대형 부스를 차린 구글은 ‘소문에 비해 볼 게 없다’는 평가에도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을 보였으며,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전시회 최고의 인기 부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MWC에서는 삼성전자나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기업 부스에 찾아가면 구글이 만든 다양한 모양의 배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배지 수집가’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전시회장 곳곳에서 안드로이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 영역에 걸쳐 구글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플랫폼 독점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는 최근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2조원에 달한다”면서 “막대한 규모의 수익을 벌어가면서도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역삼동의 구글코리아 본사를 찾아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약 3주간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이 시장 자체를 열어주고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만큼 긍정적인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판을 깔아준 구글이 아니었으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앱과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라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 단점을 보완하면서 구글에 대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키워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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