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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기승전결-5] 윗선 수사, 10월 중ㆍ하순 급물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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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기승전결-5] 윗선 수사, 10월 중ㆍ하순 급물살 전망

입력
2018.09.24 16:00
수정
2018.09.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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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 ‘[사법농단 기승전결-4] 검찰의 칼 다 튕겨낸 법원의 절대실드’에서 이어집니다.

법원의 ‘철통 방어’ 속에서 검찰 수사는 더디지만 조금씩 전진해 왔다. 사법농단 수사 최초로 청구했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수사 자체가 무산될 정도는 아니다. 확실시되고 있는 유 변호사의 영장 재청구를 포함해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사법농단의 본류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윗선’을 불러내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법조계에선 10월 중ㆍ하순부터 ‘본편’에 해당하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르면 10월 중순 임종헌 등 ‘윗선’ 줄소환

24일까지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임 전 차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 대법관 및 법원장급 출신의 최고위 전직 법관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전까지 소환 조사를 받은 법원 전현직 고위직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나 유 변호사 등은 이들을 불러내기 위한 연결고리였다. 6월부터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의 2막이 시작되는 셈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검찰이 법원의 수사 방해나 다름 없는 영장 기각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임종헌 전 차장을 불러내는 순간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에 막힌 검찰은 전략을 바꿔, 돌아가더라도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저인망식’ 수사 전략을 택했다. 법원에서 건넨 일부 문건과 제한적으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수집한 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했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들과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심의관 출신 전ㆍ현직 판사 수십 여 명을 불러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을 축적했다. 수사 도중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 임 전 차장 소환이 지연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 초까지 수사 이어질 수도

검찰이 임 전 차장을 소환한다는 것은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고위 관계자를 소환할 때는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바로 구속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룰’에 근거하자면, ‘임 전 차장 소환=구속영장 청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소환이 끝은 아니다. 임종헌 전 차장→박병대 전 처장→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사법농단 최고위층에 대한 수사 곳곳에 암초가 숨어 있다. 임 전 차장이 총대를 메고 책임을 뒤집어 쓰거나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미루는 등 진술 태도에 따라 수사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의혹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차한성 전 처장, 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조사에도 시일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외에도 사법농단에 해당하는 범죄 정황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는 생물이라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일을 정해 놓고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재판 독립을 훼손한 사법부의 부적절한 행태를 근절할 때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안에서 사법농단 수사가 연말을 넘겨 내년 초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수사 종료 후 후폭풍이 더 큰 문제

법조계에선 수사 후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더 큰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법원 측에 대한 강제수사를 번번이 가로막았던 법원의 태도는 재판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재연될 수 있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다. 법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판이 그 근거다. 조 전 부장판사는 2002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중 신축건물 가처분 결정 처리와 관련해 1,500만 원을 받는 등 청탁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5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지속됐던 검찰 수사 및 1심 단계와는 달리, 여론의 시야에서 멀어진 2심과 3심에서 형을 깎아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 식구들인 법원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 과정도 유사한 과정을 거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검찰 수사로 법원 고위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지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법원 내 엘리트로 꼽히던 판사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질 경우, 이들이 맡았던 재판뿐 아니라 사법부 재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어느 직군에서나 소수의 미꾸라지들이 조직을 부끄럽게 하듯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은 많지 않다”면서도 “산더미 같은 재판기록을 뒤지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애써왔던 대다수 판사들의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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