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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스크린서 맞붙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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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스크린서 맞붙는 은행들

입력
2018.09.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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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투자한 ‘안시성’ ‘협상’ ‘명당’ 등 상영

영화산업 커져 투자 영화 흥행 시 수익도 쏠쏠

추석 연휴 기간 문을 닫는 시중은행들이 ‘스크린’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이 투자의 일환으로 직ㆍ간접적으로 자금을 댄 영화가 추석을 전후해 개봉하기 때문이다. 점포가 아닌 스크린에서 경쟁하게 된 은행들은 쏠쏠한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상영되는 영화 중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들에 시중은행의 상당한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자됐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9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21일 기준)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안시성’에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으로 13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또 손예진 현빈이 주연한 ‘협상’에 3억3,000만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는 ‘명당’에 6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신한은행도 ‘안시성’에 1억4,000만원을 간접 투자했고, 우리은행도 간접 투자 방식으로 이 영화에 자금을 넣었다.

가급적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은행들이 최근엔 리스크가 큰 영화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영화시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하면서 성공 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평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2012년 영화 배급사, 투자사 출신의 외부전문가들을 일부 채용해 아예 전담부서(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었다. 영화 관련 대출ㆍ투자로 현재까지 총 2조4,000억원을 공급했다.

성과도 좋은 편이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중 2015년 개봉한 유해진 주연의 ‘럭키’가 192.5%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 ‘검사외전’(154%ㆍ2016년) ‘관상’(140%ㆍ2013년) ‘명량’(118%ㆍ2014년) ‘국제시장’(93%.2014년) 등이 대박을 냈다. 특히 기업은행이 20억원을 투자한 ‘신과함께’ 1,2편은 모두 2,570만여명이 관람하는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사상 최고 수익률이 기대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담당부서가 그 동안 투자 경험 등을 바탕으로 현재는 여신전문가, 신문방송, 미디어 등 문화콘텐츠금융에 적합한 자사 직원 11명으로만 구성됐다”며 “직접 투자의 경우 직원들이 배우, 감독, 시나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 뒤 투자할 영화를 직접 결정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붙은 기업은행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으로 투자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일 독립예술영화에 연간 1억원을 투자하는 내용 등이 담긴 ‘한국 영화산업발전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간접투자를 선호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0억원 규모인 영화 투자 관련 펀드에 50억원(지분율 71.4%)의 자금을 투입하는 간접 투자 방식으로 영화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 펀드는 그 동안 ‘군함도’(3억원) ‘더 킹’(2억원) ‘남한산성’(3억원) ‘공작’(3억원) 등에 투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3월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손잡고 120억원 규모의 ‘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펀드’를 만들어 30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가 3억원을 투자한 택시운전사는 손익분기점 관객(500만명)을 훨씬 넘어서는 1,218만명이 관람하면서 우리은행도 큰 수익을 올렸다.

문화콘텐츠산업이 고위험 산업으로 인식돼 은행들은 투자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쓴 맛을 보기도 한다. 유명 감독과 화려한 배우들이 참여해 큰 기대를 모았지만 역사 왜곡 논란과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으로 흥행에 실패한 ‘군함도’가 대표적인 예다.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 관객(800만명)을 넘기지 못했고, 여기에 투자한 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기대한 만큼의 수익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은행이 직접 투자 시 외부 투자자모집, 컨설팅까지 업무 전반에 관여하기도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획,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산업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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