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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상응조치 요구에 “비핵화가 먼저”… 협상 전 기선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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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상응조치 요구에 “비핵화가 먼저”… 협상 전 기선제압

입력
2018.09.21 16:41
수정
2018.09.21 18: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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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21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21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 국무부

재개가 임박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거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호의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협상을 진행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실무진들은 북한의 ‘살라미’식 지연 협상전술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미리부터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문을 통해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등 후속조치 이행의 조건으로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한 것을 일축했다. 그는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 비핵화가 가장 먼저”라며 ‘비핵화 우선’ 원칙을 확인했다.

나워트 대변인의 언급은 북한의 과거 협상 전술인 ‘행동 대 행동’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의를 믿고 북한과 상응조치 논의를 시작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북한은 1ㆍ2차 북핵협상에서 비핵화 과정을 최대한 세분화한 뒤 단계별로 보상을 받아내는 전술을 구사해 핵을 포기하지도 않은 채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한바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핵 사찰 관련 이슈도 언급했다. 영변 핵 시설의 영구폐기 문제와 관련,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에 대해 관련국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찰단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IAEA 사찰단과 미국 사찰단이 사찰단의 일원이 된다는 건 공유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핵) 폐기 관련 상황에서 IAEA가 그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건 예상되는 일”이라며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으로, 이러한 인식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단순히 ‘참관’이라고 표현한 걸 미국과 IAEA가 주도하는 사실상의 강제 사찰로 연결시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2021년까지 북한 비핵화가 종료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협상을 장기화해 이 기간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시도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2021년 비핵화 달성’ 시간표에 대해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그 이전에도 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방한 당시 이 시간표를 언급했던 것을 환기하며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협조가 있으면 상당히 빨리 이것(비핵화)을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또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2021년 1월)까지 이것(비핵화)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거듭 확인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와 미국 상ㆍ하원 의원들의 대북 견제도 계속되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대화 신호는 긍정적이지만,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요구에도 불구,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당분간 완화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도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조절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이 무엇을 하기에 앞서 북한이 먼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한참 못 미치는 조치를 대가로 미국의 양보를 원한다는 사실에 대해 “놀랍고 놀랍다”라고 비꼬며,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아 기쁘다고 밝혔다.

미군 유해송환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게시물.
미군 유해송환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게시물.

한편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을 최근의 정치적 악재를 극복하는 주요한 도구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가운데 2명의 신원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면서, 유해 송환이 1차 북미정상회담에 의한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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