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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미국, ‘둔화’ 한국, 경기 엇갈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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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미국, ‘둔화’ 한국, 경기 엇갈린 이유는?

입력
2018.09.20 19:43
수정
2018.09.2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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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사한 흐름을 보였던 한국과 미국의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각각 둔화와 호황으로 갈린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약한 내수 성장, 가계 부채,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0일 발간한 ‘한미 경기 차별화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전 한국과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대체적으로 동조적인 움직임을 나타냈으나, 금융위기 이후 상관관계가 약화했다”며 “한국은 경기 둔화가, 미국은 지속적인 회복세가 이어지며 차별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미 간 경기 차별화의 원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우선 경제 선순환에 따른 내수 성장의 차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고용→소비→생산→투자로 연결되는 경기회복의 선순환 고리가 원활하게 작동해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7월에도 비농가 고용 증가가 월평균 20만명을 상회했다. 게다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08년 1분기 116.3%에서 올해 2분기 86.0%로 크게 낮아지면서 가계가 부채 상환 부담을 덜고 소비에 나서는 양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소비와 수출이 비교적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월 취업자 증가가 전년 대비 1만명 이하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고용, 생산 및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으로 향후 소비의 추가 개선 전망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보호무역 추세와 한국 주력산업의 부진도 양국 경제의 엇갈린 흐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철강 가전 등 한국의 전통적인 주요 산업이 보호무역 강화 등에 따라 대미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미국 경기 회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증가율을 보면 미국은 3.2%에 그쳐 CIS(32.7%), 아세안(27.8%), EU(15.9%), 중국(14.2%), 일본(10.1%) 등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낮았다.

금융위기 이후 재정ㆍ통화ㆍ구조개혁 전반에 걸친 과감한 정책 실행도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제로 금리, 양적완화(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 제조업 본국 회귀(리쇼어링) 확대 등이 금융위기로 취약해진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첨단 제조업 혁신연구소 14개가 설립되는 등 ‘제조업 혁신정책’이 수십 년 동안 쇠락해오던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킨 계기로 작용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이전 정부부터 지속되고 있는 경기 확장국면을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보고서는 “한미 간 경기 차별화 양상은 비단 최근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 현상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회복에 의존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경제선순환 고리의 회복 △경제구조적 문제 해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등을 통한 구조적ㆍ정책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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