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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비핵화 여정의 새 과제

입력
2018.09.20 1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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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선언으로 확고해진 남북 정상 신뢰

이젠 북미가 이어받아 신뢰 구축해가야

정부,미국내 비관적 분위기 반전 노력을

비핵화의 여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결정을 두고 중국 언론이 파천황(破天荒)이라고 평했다.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는 시작도, 진행도 불가능했다. 미증유(未曾有)의 역사는 세 지도자가 쓰고 있는 것이다.

평양에서 시작한 남북 정상회담이 백두산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남북 정상은 하루 오ㆍ만찬을 포함, 식사만 네 끼를 하는 등 3일을 오롯이 함께 했다.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한반도 비핵 평화 연설을 하고, 백두산을 동반 등정했다. 정상회담의 공식과 격식을 깬, 진정한 만남이었다. 이 거대 이벤트를 자양분 삼아 남북 군사대치 상태 해소로 평화와 번영을 이뤄야 함은 물론이다.

관건은 역시 북한 비핵화다. 양 정상은 대화 대부분을 비핵화에 할애했다. 심지어 식사 중 대화에도 비핵화를 소재로 올렸다. ‘9월 평양공동선언’ 내용은 대부분 비핵화와 떼어놓을 수 없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도 북한이 계속 핵을 보유하면 호혜적이지 않고 심각한 군사적 불균형을 야기한다. 북한이 기대하는 남북경제협력 역시 비핵화를 통해 대북 제재를 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사회ㆍ문화 교류나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도 대북 제재 관련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엄존한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비핵화가 한반도 문제의 입구이자 출구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산될 뻔한 북미 협상을 두 차례나 살려냈다. 이를 통해 단순 중재자가 아닌 협상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 정상은 충분한 신뢰관계를 만들었다. 비핵화 과정과 방식에 대한 교감도 나눴다. 이젠 북한과 미국이 믿음을 쌓아갈 차례다.

비핵화 협상이 반전을 거듭하며 진전을 보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탑다운’ 협상방식 덕분이다. 북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맞교환을 통한 경제발전 목표를 향해 일관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업적에 대한 갈구가 대단하다.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마자 오스트리아 빈 실무 협상, 북미 외교장관 회담 등을 줄줄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 북미 협상에 대한 그의 의지도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역시 국내 정치가 문제다. 김 위원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은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워싱턴 특파원이 파악하는 미국 조야(朝野) 분위기는 9대 1 정도다. 과거 북한과의 핵 협상 경험을 근거로 북한과 김 위원장을 믿지 않고 협상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월등히 우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만 고독한 여정에 나선 형국이다. 여기엔 반(反) 트럼프 정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이 37.8%까지 떨어져 11월 중간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점은 협상에 큰 변수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을 안정적으로 끌고가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 조야의 과거지향적 대북 인식과 태도를 개선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확인된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변화 의지를 적극 알리고,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달성과 북미관계 개선의 촉매제가 될 것임을 설파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활약을 홍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남북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의 대변자가 돼서 북미 간 신뢰를 쌓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협상 추진 동력을 높이는데 일조한다면 금상첨화다.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ㆍ가동하고, 조직을 꾸리고, 활동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한반도 평화ㆍ번영을 향한 남북의 노력을 지지하는 우군들을 미국 조야에 널리 포진시켜야 한다. 그것이 남과 북, 한반도의 이익에 부합한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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