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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깃은 ‘우라늄 농축시설’… 영변 외 은닉시설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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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깃은 ‘우라늄 농축시설’… 영변 외 은닉시설 촉각

입력
2018.09.20 20:00
수정
2018.09.21 00: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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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요 핵시설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북한 주요 핵시설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이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더 이상 핵무기에 필요한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른바 ‘현재 핵’의 포기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핵ㆍ미사일 실험과 핵물질 생산 등 핵 능력 고도화 작업을 중단하는 동결이 첫 단계이고, 핵시설을 가동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불능화가 2단계, 신고된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핵 프로그램 등을 사찰하는 검증이 3단계다. 이후 계획을 짜 이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최종 단계다.

지금껏 북한 비핵화 과정은 3단계인 검증 문턱은 넘어본 적이 없다.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 기본 합의에 따라 북한이 선언한 ‘핵 활동 동결’은 2002년 합의 사항인 대북 중유 지원을 미국이 중단하자 그 해 12월 해제됐고, 2007년 북핵 6자회담 10ㆍ3 합의로 시작됐던 불능화는 미국의 테러 지원국 해제가 연기되면서 이듬해 8월 중단됐다.

선언문이 핵시설 소재지로 뭉뚱그린 영변에는 실제 핵물질 생산 시설이 집중돼 있다. 일단 핵무기 원료 중 하나인 플루토늄 생산 시설이 기본 폐기 대상이다. 5㎿e 원자로(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로 불리는 재처리 시설, 핵연료봉 제조 공장 등 2007년 6자회담 10ㆍ3 합의에 따라 불능화가 진행됐던 곳들이다. 이 시설들이 폐기되면 적어도 플루토늄의 추가 생산은 차단된다.

논란 소지가 있는 시설은 이미 낡고 소재와 활동 내용 등이 어느 정도 파악돼 있는 플루토늄 생산 시설보다 핵 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교수 등 일부에게만 공개된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2010년부터 가동된 이 시설은 2013년에 증설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2002년에 북미 협상을 깨뜨렸던 추가적인 핵 시설(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신고ㆍ사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미국이 북한에 요구 중인 핵 능력 신고 핵심 타깃이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는 뜻이다. ‘강선’ 등 평북 영변 밖에 은닉된 우라늄 농축 시설이 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앞으로 폐기 시설 범위를 놓고 북미가 실랑이할 개연성도 제기된다.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변 핵시설 폐기는 미답의 땅이다. 통칭되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 시설들이 모두 못쓰게 되고(불능화) 그게 영원하면(폐기) ‘현재 핵’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신고된 플루토늄 생산 시설부터 복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입회 아래 폐기하고 반대급부로 낮은 수준의 종전(終戰)선언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겠다는 게 북한 구상일 공산이 커 보인다.

전문가들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참관 허용으로 ‘미래 핵’ 포기를 기정사실화한 북한이 ‘현재 핵’까지 포기하면 핵무기,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완제품 형태의 ‘과거 핵’만 남는다. 그러나 ‘과거 핵’ 제거는 오히려 쉽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안준호 전 IAEA 선임 핵사찰관은 5월 본보 인터뷰에서 “핵무기는 미국이 돈을 주고 사갈 수 있는데, 작업은 그걸로 끝난다”며 “중요한 건 기존 핵시설을 가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올 4월 판문점선언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그 의지를 구체화할 실천적 조치를 합의한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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