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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배경으로 파업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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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배경으로 파업가 울리나

입력
2018.09.20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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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찰에 몸을 담고 있는 종무원들도 과연 노동자일까. 한국 불교의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에 노동조합이 들어섰다. 고즈넉한 산골 사찰에서 주지스님과 종무원 간 불꽃 튀는 임금협상이 벌어지고 파업가가 울려 퍼지는 모습이 연출될 날이 머지 않은 셈이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이하 조계종지부)는 20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조계종지부는 출범 선언문에서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일터인 종단과 사찰이 세상에 든든한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계종 불광사에 노조가 있긴 하지만, 종단 전체를 아우르면서 상급단체까지 둔 노조가 생긴 것은 불교계에서 처음이다. 종교계 전체적으로도 노조 설립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조계종지부는 조계종 사무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종무원들이 결성했다. 조계종 총무원과 소속 사찰에서 일하는 종무원 수는 350여명으로 이중 40여명이 조계종지부에 가입했다. 종무원들은 인사ㆍ복무 규정이 있고 근로를 대가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법적인 근로자 신분으로 볼 수 있어 합법적으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노총 설명이다. 단, 스님들은 노동력을 파는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가입 대상이 아니다.

종무원의 일이 근로보다는 봉사로 여겨질 때가 많아 근로자로서 충분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권용희 민주연합노조 정책국장은 “규모가 작은 사찰은 ‘열정 페이’만 지급하면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으며, 부당 해고도 벌어지며 비정규직 종무원도 30여명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달 임금ㆍ단체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 요구에 응할 책임이 있는 사용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이나 각 사찰의 주지스님이 된다.

설정 총무원장 퇴진으로 이어진 지난달 조계종 사태도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됐다. 조계종지부는 출범 선언문에서 “지난 9개월여의 소요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겨 줬다”며 “사부대중(四部大衆ㆍ남녀 스님과 남녀 신도를 가리킴)의 평등한 공동체 실현을 통해 불자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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