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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음식의 경계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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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음식의 경계 허물다

입력
2018.09.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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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있다. 좋은 음식이 보약 못지 않게 건강을 지켜준다는 의미다. 옛 어른들의 이 가르침에 따라 식품과 약의 경계를 무너뜨린 신선한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약업체 유한양행이 만든 건강식품 브랜드 ‘뉴오리진’이 이달 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여의도 IFC몰의 1호점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이다. 제약업체와 유통업체가 손을 잡고 ‘약 대신 먹는 식품’ 개념을 내세우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개장한 지 4개월여가 지난 뉴오리진 1호점을 방문한 고객은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8만5,000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는 식품과 설탕과 소금, 기름, 식초, 달걀, 분유, 우유 등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식품을 인위적 방법을 배제하고 제조해 판매한다. 예를 들어 설탕은 정제하지 않은 사탕수수를 그대로 즙을 짜내 자연 건조시켜 만든 제품을, 식초는 포도를 자연 상태에서 발효시킨 와인식초를 내놓는 식이다. 매장에는 뉴오리진 제품을 식재료로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레스토랑이 있어 직접 맛과 품질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홍삼과 녹용, 비타민, 루테인,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건강기능식품도 다른 매장과 차별화했다. 가령 루테인은 식용꽃 마리골드에서 온도와 압력만으로 유효 성분을 추출해 제조했고,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양한 종류의 유익한 균을 조합해 만들었다.

서울 여의도 IFC몰에 지난 4월 문을 연 ‘뉴오리진’ 1호점. 약과 음식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뉴오리진 제공
서울 여의도 IFC몰에 지난 4월 문을 연 ‘뉴오리진’ 1호점. 약과 음식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뉴오리진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지난 6일 문을 연 ‘뉴오리진’ 2호점. 식품에서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뉴오리진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지난 6일 문을 연 ‘뉴오리진’ 2호점. 식품에서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뉴오리진 제공

식품 중심의 1호점과 달리 2호점에는 새로운 개념의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추가됐다. 이를 테면 기름 성분을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해 만든 비누(네이키드 오일바)는 인공첨가물에 따른 피부자극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 여성들의 월경전증후군을 완화시켜주는 허브 성분을 넣은 초콜릿,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을 가진 젖소의 우유로 만든 유제품 등 음식과 치료의 경계를 허무는 제품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질병 예방이나 치료는 지금까지 엄연히 제약산업의 영역이었고, 식품과 생활용품은 유통업계의 몫이었다. 뉴오리진은 이 경계를 허물고 있는 셈이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두 업계의 위기감도 이 같은 ‘실험’을 시작하는데 한몫 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수 확대가 한계에 다다랐는데 수출이나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제약업계는 한동안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 역시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쇼핑몰 등 새 점포를 앞다퉈 개설하던 유통업계의 확장 경쟁 역시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2, 3년 사이 폐점하는 마트와 편의점이 속속 생겨나면서 수도권의 상권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던 두 업계의 니즈가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뉴오리진은 올해 안에 서울과 부산, 수도권 지역에 추가 매장을,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에 ‘샵인샵(매장 일부를 개조해 기존 가게와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 형태의 매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경인 유한양행 푸드&헬스 BD&마케팅 팀장은 “가격과 효율성 때문에 잃어버렸던 제품의 본질을 되찾아가려는 게 뉴오리진의 방향”이라며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관점으로 고객의 건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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