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biz리더] 토니 셰이 자포스 CEO

1999년 설립한 ‘자포스’를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로 키워낸 토니 셰이 최고경영자(CEO). 자포스 제공

“감동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2007년 미국의 한 고객이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발을 샀다. 하지만 선물할 시간도 없이 어머니와 영별하게 됐다. 힘든 시기에 해당 쇼핑몰에서 메일이 왔다. 구입한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는 답장을 썼다.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해 구매한 신발이었는데, 그만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구두를 반품하고 싶다.” 해당 쇼핑몰에선 반품 걱정은 하지 말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그리고 얼마 뒤 꽃다발과 카드가 그의 집으로 배송됐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빠진 고객을 위한 쇼핑몰의 위로였다. 그는 이 일화를 블로그에 소개하며 “인터넷으로 신발을 산다면 꼭 이 쇼핑몰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쇼핑몰은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다. 무료배송과 연중 언제든지 가능한 반품 서비스를 운영하는 쇼핑몰. 고객센터 직원들이 24시간 대기하며, 한밤중에 피자집 전화번호를 물어도 친절히 답해주고, 고객이 원하는 신발이 없으면 그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도 알려주는 곳이 자포스다. 그렇게 한 번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다음번엔 자포스에서 신발을 구매하게 되리라는 생각에 최상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행복 경영은 ‘행복을 배달한다(Delivering Happiness)’는 기업 철학을 가진 최고경영자(CEO) 토니 셰이에게서 나왔다.

피자집의 인연이 회사 동료로

대만에서 온 유학생 부부의 아들로 1973년 12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셰이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초등학교 때는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팔았다. 중학교에선 시간당 2달러를 받으며 신문 배달을 하다가 신문을 만들어 한 부당 5달러를 받고 친구들에게 판매했다. 하버드대ㆍ매사추세츠공대(MIT)ㆍ프린스턴대ㆍ예일대 등 미국 주요 명문대에서 모두 입학 통지서를 받은 셰이는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 진학 이후에도 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기숙사 1층에 연 작은 피자가게는 그가 창업하고 회사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셰이의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사서 조각 피자로 되팔며 셰이보다 10배 많은 시간당 수익을 올렸던 알프레드 린은 훗날 자포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된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인 오라클에서 퇴사한 셰이와 함께 1996년 링크익스체인지란 온라인 배너광고 회사를 세운 산제인 마단 역시 피자집을 함께 운영했던 친구다.

셰이는 링크익스체인지 설립 5개월 만에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 11개월 땐 2,000만 달러에 회사를 사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두 번 다 거절하다가 창업 2년 만에 돌연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링크익스체인지를 팔았다. MS가 이 회사를 인수한 금액은 2억6,000만 달러였다. 셰이는 “회사의 문화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창업 초기에는 유사한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동료들과 즐겁게 일했지만 회사가 고속성장하고,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초창기 서로 격려ㆍ응원하던 사내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셰이는 “당시 우리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링크익스체인지에서의 경험은 그가 자포스에서 기업문화 정립에 큰 노력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됐다.

행복한 직원에게서 경쟁력이 나온다
‘우리는 회사 동료 그 이상이다. 가족이다’라는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자포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자포스 제공

링크익스체인지 매각 이후 벤처투자회사를 차려 20여개 회사에 투자하던 셰이는 자포스의 전신인 ‘슈사이트닷컴(shoesite.com)’을 만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에서 신발을 사는 건 흔치 않았다. 셰이는 사업성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신발 가게에 가서 신발 사진을 찍은 뒤 모델명과 판매희망 금액 등을 적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세이는 이 회사에 투자하기로 하고,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름도 스페인어로 구두를 뜻하는 ‘사파토스(zapatos)’에서 따와 자포스로 정했다.

자포스는 급격히 성장했다. 1999년 설립 후, 이듬해 160만 달러였던 매출액은 2008년 10억 달러를 넘겼다. 온라인 상거래 확대 영향도 있었지만,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행복 경영이 힘을 발휘한 결과였다.

모든 직원이 행복 경영 철학을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 셰이는 두 가지 방법으로 기업문화를 정립해나갔다. 우선 기업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에 신경 썼다. 입사 후 4주간 이뤄지는 교육 훈련 기간 중 신입사원은 매주 자포스에 남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언제든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다. 회사를 떠나기로 하면 일한 만큼의 급여와 함께 해고 보너스 3,000달러도 지급된다.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행복 경영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직원을 찾고, 그들의 특징을 다시 전 직원에게 물어 자포스의 핵심 가치를 정하는 과정도 거쳤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모든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 ‘우리는 회사 동료 그 이상이다. 가족이다.’ ‘성장하는 회사는 항상 변화한다.’ 등 10가지 가치를 도출하는데 1년 넘게 걸렸다. 자포스는 큰 건물은 사용하지만 건물 출입문은 하나다. 직원들이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마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하려면 매일 다르게 뜨는 다른 직원 얼굴을 보고 그의 이름을 맞춰야 한다.

자포스는 또 의료보험 초과금액 전액 지급 등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회사문화 정립을 단기 이익보다 우선에 두고,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준 게 자포스가 제공하는 더 나은 고객 서비스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고객 만족감을 높여 충성고객 확보, 마케팅 비용 감소,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9년 아마존이 자포스를 무려 12억 달러에 인수하자,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 고딘은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와 탁월한 경영 모델 등 자포스만의 무형 자산을 얻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100곳’을 선정하면서 자포스를 15위에 올렸다.


구시가지 되살리기에 나서고 상급자 없애

인터넷 쇼핑몰 최초로 무료배송ㆍ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변화를 선도해 온 셰이는 끝없이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엔 자포스 본사 인근에 있는 라스베이거스 구시가지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려는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기에 IT 스타트업, 음악가, 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혁신이 일어난다는 생각에서다. 이듬해엔 상급자를 없애는 자율경영 방침인 ‘홀라크라시(Holacracy)’를 도입했다. 전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홀로스(holos)와 통치란 의미의 크라시(cracy)를 합친 것으로, 여기서 기본단위는 사람이 아닌 역할이 된다. 상급자를 없애고 역할을 맡은 개개인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한 것이다.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다운타운 프로젝트 초기 100개에 달했던 스타트업이 절반 정도로 줄었고, 홀라크라시 도입과 함께 200여명이 퇴사하는 등 자포스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셰이는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며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고 있다. “내가 되고 싶은 건 가장 키가 큰 식물이 아니다. 직원과 문화가 쑥쑥 자랄 수 있는 온실을 만드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셰이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