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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정포 감시 어려워졌지만… 북한도 무인기 못 띄워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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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정포 감시 어려워졌지만… 북한도 무인기 못 띄워 치명적”

입력
2018.09.20 17:30
수정
2018.09.20 21: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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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9일 합의한 비행금지구역. 한국일보
남북이 19일 합의한 비행금지구역. 한국일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남북 간 포괄적 군사합의를 두고 우리측이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득실 논란’이 일고 있다.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군사행동을 금지한 완충구역을 설정함에 따라 대북 감시 등 군사작전이 제한돼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서해에 설정된 완충수역이 남측 해역에 더 많이 걸쳐 있는 점,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장사정포 감시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손해볼 장사를 해왔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측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나 일부 작전 제한으로 이번 합의를 과소 평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측 역시 군사적으로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한 합의이기 때문에 일부 전력상의 공백을 들어 유ㆍ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양측 간 지적과 반론을 바탕으로 이번 군사 합의를 둘러싼 득실 논란을 따져봤다.

■NLL 논란 피하려다 되레 자초

남북은 이번 합의에서 해상에서의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동해와 서해 일대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이 구역 안에서 남북은 함정과 해안포 포구에 덮개를 씌우는 한편 기동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서해 완충구역을 북측 초도와 덕적도 사이로 정했는데,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두 섬간 거리를 80km로 표기했다. 그러나 구글맵 등을 통해 확인된 실제 거리는 135km인 것으로 곧바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북측은 50km, 남측은 85km로 거리 상으로만 따졌을 때 남측이 더 많은 해역을 완충구역으로 내준 셈이 됐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취재진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덕적도 최북단에서 NLL까지의 거리가 30km이고 초도 최남단에서 NLL까지의 거리가 50km인 점에서 두 섬 간 거리를 80km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안보가 걸린 엄중한 사안을 놓고 거리에 착오를 빚었다는 해명 자체가 황당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합의문이 발표된 전날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서해 완충구역 길이가) 북측 40km, 우리 40km로 돼서 총 80km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황 상 정부 내에서 이미 군사합의가 NLL 논란으로 번져선 안된다는 우려에서 서해 완충구역 거리를 다소 인위적으로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다만 서해 완충구역이 남측에 불리하게 설정됐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국방부는 "화력으로 따지면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적극 반박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구역 내) 해안포를 보면 북한이 6배 많은데 이 합의를 준수하면 그 지역에서 (북한은) 사격을 못 한다. 또 포병 규모는 북측이 남측의 8배 정도" 라고 설명했다. 또 서해 완충구역을 해안선 길이로 따지면 북측이 270km, 남측은 100km로 남측에 불리한 합의로 보기도 어렵다. 당국자는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에) 합의한 것은 상호 오인이나 우발 충돌, 적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불리를 따지자고 합의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사정포 감시 일부 제한적

비행금지구역 설정 역시 공군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우리의 손해라는 지적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향하고 있는 340여 문의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해 감시 공백 우려가 크다.

군 관계자들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장사정포 감시가 이전보다는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의 공중에서의 대북감시 자산은 고고도무인정찰기와 금강ㆍ백두(RC-800), 새매(RF-16) 정찰기, 무인기 등이다.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다 해도 고고도무인정찰기 등은 워낙 높은 고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바깥에서도 북한을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근거리 감시를 해왔던 무인정찰기의 경우 이번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비행에 상당한 제한이 생기며 장사정포 감시에도 일부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무인정찰기 등장으로 사실상 24시간 감시체계가 가동되고 있었으나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24시간 감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시 능력이 제한되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한은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첨단 정찰 자산이 없어 무인기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남북 모두 무인기를 띄우지 못한다면 감시 공백 측면에선 북한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

■GP철수, 시작은 1대1 교환

이번 군사합의에서 남북은 4ㆍ27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대로 비무장지역(DMZ)의 평화지대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DMZ 내 모든 감시초소(GP)를 철수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일단 연말까지 상호 1km 거리 내에 있는 GP 11개씩 먼저 철수키로 했다.

다만 이처럼 같은 숫자의 GP를 철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남북 간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는 DMZ 내 상호 억제력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DMZ 내 GP는 남측이 70여개, 북측이 150여개다. 1대1 맞바꾸식 철수로 진행될 경우 결국 북한 GP만 DMZ에 남게 된다는 계산이다.

국방부는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모든 GP를 철수키로 한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엔 11개씩 같은 숫자의 GP를 철수하지만, 이후부터는 ‘구역 대 구역’의 형태로 철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은 이번 합의에서 GP를 어떤 방식으로 철수해 갈 것인지에 대한 합의까진 명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11개 GP 철수 이후 추가적인 GP철수 협상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따라 이번 군사합의에 대한 북한의 이행 의지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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