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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문건 반출’ 유해용 구속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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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문건 반출’ 유해용 구속영장 기각

입력
2018.09.20 22:27
수정
2018.09.21 01: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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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기밀문건을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법원 기밀문건을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검찰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예상대로 기각됐다. 유 변호사가 관련 자료를 고의 삭제했음에도 법원이 이를 증거인멸로 보지 않은 것인데, 앞선 압수수색영장 기각 때와 마찬가지로 ‘제 식구 감싸기’식 영장 기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변호사법 위반 등 6개 혐의를 받는 유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며 “(범죄가 아니니) 범죄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도,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또 “변호사법 위반 부분 역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이 부분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구속 사유나 필요성, 적절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며 후배 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 및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퇴직 시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일주일 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더 협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법원이 재판거래 의혹 핵심 당사자인 유 변호사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ㆍ법원 간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영장판사가 “죄가 되지 않는다”며 유무죄를 미리 예단했다는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강제 수사를 통해 사법농단의 핵심이자 가장 큰 난관인 재판 거래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목적이었다. 유 변호사가 3년간 지낸 선임ㆍ수석재판연구관 자리는 행정처와 대법관들을 잇는 ‘연결고리’에 해당한다. 유 변호사가 강제징용 소송 지연 관련 문건을 전달받은 당사자란 의혹도 있어, 검찰로서는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힘을 쏟아 왔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재직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S여대 관련 소송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수임한 사실 ▦수임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접촉한 정황 등 토대로, 앞서 세 차례 기각됐던 압수수색 영장에 없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지만 영장판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대해 “기각을 위한 기각”이라며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왔었다”며 “그런데 오늘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개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피의자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는 이런 식의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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