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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바닥난 홍콩, 인공 동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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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바닥난 홍콩, 인공 동굴 프로젝트

입력
2018.09.20 17:15
수정
2018.09.20 1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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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지하동굴 개발 프로젝트 기본설계. ITA 웹사이트 캡처
홍콩 지하동굴 개발 프로젝트 기본설계. ITA 웹사이트 캡처

극심한 주택난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 집값을 자랑하는 홍콩이 부족한 지상 거주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동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차장ㆍ체육시설 등은 새로 뚫은 동굴로 옮기고 남은 땅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관련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19일(현지시간) 홍콩 언론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 당국이 극심한 택지난을 돌파하기 위한 중대 결단을 내렸다. WSJ은 “택지가 바닥난 상황에서 폭발물의 도움으로 새로운 부동산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홍콩에서 인류가 다시 동굴로 이동한다’는 은유적 제목의 해당 기사에서 도시 주변의 산과 언덕에 인공 동굴을 뚫은 뒤 일부 사회기반시설을 이전한 뒤, 비어있게 된 공간에 주민 거주지역을 만들겠다는 홍콩 정부의 계획을 전하고 있다.

실제 홍콩 행정당국은 최대 주택지 중 한 곳인 샤틴(沙田) 지역의 하수처리장을 인근 언덕 속 동굴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굴을 뚫고 해당 시설을 옮기는 데에만 최소 2억6,500만달러(약 3,000억원)의 거금이 들어가고 공사 및 이전 기간도 8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어도 28만㎡에 달하는 새로운 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홍콩 당국은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의 국회 격인 입법원도 이와 관련한 법적 뒷받침을 마친 상태다.

홍콩에서 지하동굴 건설을 검토한 건 1980년대부터다. 1975년 노르웨이가 5,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지하동굴에 건설한 것을 한 단계 발전시켜, 이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다. 홍콩 지반이 화강암과 화산암으로 구성돼 있어 콘크리트보다 5배 이상 강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구릉지역으로 연결되는 지하에 동굴을 뚫어 주요 기반시설을 옮겨도 안전에 지장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장기 개발을 위한 동굴 굴착지 48곳을 지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터널협회(ITA)로부터 ‘혁신적 지하공간 개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콩 행정당국은 일단 상ㆍ하수 처리시설과 급수장, 석유ㆍ가스 저장고, 주차장, 기록물 보관소, 체육시설, 도축장, 영안실과 화장터 등을 지하동굴로 옮길 작정이다. 설계 단계를 통과해 내년 초부터 시작할 샤틴지역 하수처리장 이전이 바로 첫 사업이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아 평균 180만달러(약 20억2,000만원)를 넘어섰다. 고급 주거단지인 피크지역의 마운트 니컬슨 단지 아파트는 3.3㎡당 6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주택을 조성할 수 있는 평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주택 가격 급등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지하동굴을 개발하려는 이유다.

홍콩 토목공학ㆍ개발부의 지질공학자 토니 호는 “홍콩 내 모든 평지에 이미 건물이 들어선 상태”라며 “추가 택지를 확보하려면 지하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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