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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출산휴가ㆍ육아휴직 없는 국회의원, 있어도 못쓰는 보좌진

입력
2018.09.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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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사흘 앞둔 만삭의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출산을 사흘 앞둔 만삭의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데 임신하고 출산한 여자들은 같이 하기 어렵지 않나요.”

‘여성운동’ 경력을 자랑하는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 의원은 의원실에 두 명의 여성 보좌진이 잇따라 임신ㆍ출산을 하게 되자 이들 중 한 보좌진에게 완곡히 사직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강하게 항의한 끝에 해당 보좌진은 직장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국회 여성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이 장면이 여성 보좌진이 놓인 현주소라며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출산ㆍ육아와 관련한 제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습니다. 상사ㆍ동료 눈치를 심하게 봐야 하는 민간 기업과는 달리, 휴가ㆍ휴직을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공무원임에도 국회의원 보좌진의 처지는 사뭇 다릅니다. 누군가는 공무원 분류가 달라 적용되는 휴가ㆍ휴직 규정도 다르지 않느냐고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은 크게 ‘경력직 공무원’과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구분됩니다. 우선 전자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공무원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된 이들을 말합니다. 일반직 공무원과 법관ㆍ소방관 등과 같이 특수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이 해당됩니다. 나머지는 공무원은 모두 특수경력직 공무원입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정무직 공무원과 이들을 보좌하는 보좌관ㆍ비서관·비서 등의 별정직 공무원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놓고 보면 특수경력직 공무원도 공무원법에 따라 당사자가 신청하고 임명권자가 승인하면 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뜻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임명권자’ 부분입니다. 국회의원 등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 휴직계를 승인할 임명권자를 누구로 볼 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출산·육아휴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하나의 헌법기관이고, 임명권자라면 유권자ㆍ국민 밖에 없는 탓입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요란한 수식어를 붙이고 지난 13일부터 45일간 ‘자체 출산휴가’에 돌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 의원은 앞서 국회의원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국회의원 출산휴가법’(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같은 특수경력직 공무원인 보좌진도 출산휴가ㆍ육아휴직이 불가능하지 않냐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좌진은 국회의원이라는 분명한 임명권자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관자인 일반적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출산ㆍ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실제 출산ㆍ육아휴직을 쓰는 보좌진을 찾아보기란 힘듭니다. 출산휴가ㆍ육아휴직이 있어도 못쓰는 가장 큰 원인은 고용불안입니다. 짧게라도 육아휴직을 썼던 현직 여성 보좌진들은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때문에 출산은 물론 비혼까지 고려하는 여성 보좌진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물론 모든 의원실 다 그런 건 아니라는 반론도 없지 않습니다. 모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6개월간 육아휴직을 다녀온 사례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 봐야 남ㆍ녀고용평등법에서 보장한 육아휴직 기간 1년의 절반 정도를 쓴 셈인데, 마치 특혜라도 누린 것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출산ㆍ육아 문제로 고심하는 보좌진들은 “제일 중요한 건 문화를 바꾸는 것이지만 스웨덴처럼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철저히 감시하는 행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대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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