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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처럼 얇게 빚은 도자기… “영감은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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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처럼 얇게 빚은 도자기… “영감은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

입력
2018.09.20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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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도예작가 만츠 개인전 

보딜 만츠의 실린더 넘버1 시리즈. 갤러리LVS 제공
보딜 만츠의 실린더 넘버1 시리즈. 갤러리LVS 제공

“완벽한 형태는 자연스럽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요.”

같은 작품이라도 보는 위치와 빛에 따라 형태가 다른 도자를 만드는 덴마크 도예작가 보딜 만츠(75)의 설명이다. 그의 작품은 종이를 두른 듯한 얇은 흰색 원통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무늬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선으로 보이기도 하고, 여러 개의 선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두 개의 선이 겹쳐지기도 하고,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안팎의 경계도 모호하다. 도자의 면을 만지면 손끝에서 굴곡이 느껴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1㎜의 두께조차 미세하게 다르다. 형태도 완벽한 원이라기보다 둥그스름하다.

만츠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갤러리LVS에서 열린 국내 첫 개인전을 기념해 최근 방한했다. 2007년 경기 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대상 수상 이후 두 번째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달걀껍질 작가’라 불리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보딜 만츠의 ‘실린더 넘버4’
보딜 만츠의 ‘실린더 넘버4’

만츠의 도자는 빛이 비칠 정도로 아주 얇다. 이 같은 효과를 위해 그는 대부분의 경우 물레를 돌리지 않고 손으로 도자를 빚는다. 먼저 A4용지에 펜으로 디자인한 후 이를 전사지(轉寫紙)에 옮긴다. 디자인 작업이 끝나면 도자를 만든다. 흙과 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은 후 석고틀에 붓는다. 바로 물을 따라 내면 틀의 바닥과 옆면에 얇은 막이 생기고 이를 말려 틀에서 빼낸다. 얇게 빚어진 도자에 전사지를 붙이고 900℃에서 초벌한 후 유약을 바르고 다시 굽고, 색을 입히고 다시 굽기를 4번 이상 반복한다. 만츠는 “여러 번 구워야 얇은 도자가 깨지는 걸 막을 수 있고, 전사지가 떨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붙는다”고 했다. 고된 노동 끝에 탄생한 도자는 맑고 투명하다. 만츠는 “1960년대 유럽에서는 회갈색의 어둡고 무거운 도자가 많았다”라며 “삶의 다양성을 담아낼 밝고 가벼운 도자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감을 어디서 얻냐는 질문에 그는 “눈 덮인 숲속의 나뭇가지가 빛에 따라 초록색으로 보일 때도 있고, 검정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면서 “그걸 그대로 옮기지 않고, 마음에 담아뒀다가 작품을 할 때 꺼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감은 내가 자연에서 느낀 것, 삶에서 경험한 것 등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기하학적 추상미술가 피에트 몬드리안,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만츠는 “그들의 작품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그들의 느낌을 닮은 것 같다”며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보딜 만츠(왼쪽)가 13일 서울 강남 갤러리LVS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작품을 보고 있다. 갤러리LVS 제공
보딜 만츠(왼쪽)가 13일 서울 강남 갤러리LVS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작품을 보고 있다. 갤러리LV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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