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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에 발목잡혀… 김명수 대법 진퇴양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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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에 발목잡혀… 김명수 대법 진퇴양난 1년

입력
2018.09.20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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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용훈 대법원장은 ‘차선’이었지만, 김명수는 ‘최선’이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로 김명수 당시 춘천지법원장을 선택하자 한 전직 대법관은 이 같이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용훈 대법원장을 선택한 게 ‘상대적으로 나은’ 사람을 고른 것이었다면 문 대통령은 사법부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최고 적임자를 선정했다는 의미였다.

오는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발탁 자체부터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출범했다.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보다 13기수나 아래인 데다 역대 처음으로 비(非) 대법관 출신에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법원행정처 출신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점들로 해서 누구보다 과감하게 사법개혁을 이끌 수장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작년 9월 법원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적합하다”라는 답이 94%에 달할 정도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1년 일지. 김경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1년 일지. 김경진 기자

하지만 취임 1년을 앞둔 지금 법원 안팎의 여론은 싸늘하다. 특히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김 대법원장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론이 돌아선 직접적 계기는 지난 6월 김 대법원장의 대국민 담화 이후 시작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사법행정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등을 잇따라 기각하며 검찰과의 갈등 양상과 내부 혼란이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과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과, “법원조직의 독립을 지키지 못한다”는 내부 비난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취임 후 이뤄진 두 차례 자체 조사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를 하는 방식을 통해 빠른 시일 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방식에 대한 고민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뚜렷한 목표와 원칙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설득해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외부에서 볼 때 답답한 부분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김 대법원장 의지로 이 정도까지 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속도가 더디거나 갈등이 조성된 부분은 있지만,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추가 조사나 검찰 수사까지도 결국 김 대법원장 결단으로 가능했다는 시각이다.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법제도 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사실 대법원장은 대통령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을 축소하는 등의 결정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1년 사이 대법관 5명과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을 통해 코드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수ㆍ엘리트 일색이던 사법부에 인적 다양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온 재야 출신 변호사를 각각 임명하는 등 법원 구성에 다양성을 요구해온 목소리가 반영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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