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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만큼은 하루 2, 3잔만! ‘절주가이드라인’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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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만큼은 하루 2, 3잔만! ‘절주가이드라인’ 지켜볼까요

입력
2018.09.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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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명절, 당신은 술을 얼마나 마셨나요?’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에 최근 제출한 ‘개인 음주행태 요인분석 및 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인남녀 3,000명 가운데 76.2%가 위 물음에 ‘자주ㆍ가끔 술을 마셨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의 18.5%, 남성의 7.0%는 ‘가족ㆍ친척 모임 때문에 과음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는데요. 가족과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이는 이번 추석 명절에도 ‘과음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도출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음주횟수와 음주량을 종속변수로 회귀분석한 결과 친구들의 음주량 못지 않게 ‘가족의 음주여부’가 주요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사 대상자 절대 다수가 ‘가족 내 음주’를 기꺼이 허용하고 있었는데요. 성인남녀 10명 중 1명 정도(12.3%)만 ‘가족 내 음주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음주를 허용한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7명(69.4%)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가족 내 음주는 과음도 허용된다’는 남성은 10.8%, 여성은 6.1%나 됐지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잠시 명절 음주의 또다른 단면을 살펴볼까요. 올 2월 서울소방재난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설 명절 기간 119에 접수된 신고는 총 3,733건으로, ‘화재’가 818건(21.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은 게 ‘위치추적신고’(449건)라고 합니다. 명절 연휴 동안 과음을 해 집에 늦게 귀가하거나, 친척집 등 상대적으로 낯선 곳에서 술을 마신 뒤 나섰다가 되찾아 오기 힘들어지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하네요. 아울러 최근 3년간 설연휴 중 구급활동으로 이송된 환자는 총 9,760명인데, 과식ㆍ과음으로 인한 구토(1,249명)와 복통(1,247명) 환자가 1ㆍ2위를 다퉜다고 합니다.

과음으로 인한 아찔한 상황을 막기 위해 이번만큼은 ‘절주 가이드라인’을 따라 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병희 교수 연구팀은 술 한 잔을 마실 때 섭취하는 알코올의 양, 즉 ‘표준잔’을 7g 정도로 정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안전한 음주를 하려면 술 종류와 상관 없이 남자는 하루 3잔 이하, 일주일에 14잔 이하로 마셔야 한다고 해요. 17도 소주로 계산하면 하루 3잔, 일주일에 2병 이하입니다. 맥주 큰병(500㎖)으로 따지면 하루 1.5잔, 일주일에 7병 이하라고 하네요.

통상 알코올 분해력이 조금 더 낮은 여성의 경우에는 더 적게 마셔야 합니다. 주종에 상관없이 하루에 2잔 이하, 일주일에 10잔 이하 정도로요. 소주로 계산하면 하루 2잔, 일주일에 1.5병에 해당합니다. 맥주 큰병(500㎖)으로 따지면 하루 1병, 일주일에 5병입니다. 임산부, 청소년, 암환자 및 만성질환자는 아예 금주하셔야 합니다.

조사 대상 남성의 평균 음주량이 1차에서 1인당 9.1잔, 2차에서 6.9잔, 여성은 1차 6.1잔, 2차 4.8잔으로 조사된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혹독한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술을 거절하는 게 예의에 어긋나고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의 음주문화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지요. 실제 연구진과 심층 대담면접을 한 대상자들은 “술을 먹다가 3잔 이후부터 중단한다거나 아예 안 먹는다는 것은 (대화가 목적인 술자리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안 하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있다” “개인이 아무리 안 먹고 싶어도 주위 반응이 ‘도대체 왜 안 먹느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인에게 소구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유도해 줄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하네요.

연구진 역시 한국 음주 문화를 고려할 때 술을 거절할 만한 요인과 명분이 매우 약한 점을 과음 예방에 가장 큰 걸림돌로 해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생활 속에서 실천할 만한 대안도 제시했는데요. ▦자신의 음주량을 매일 체크해보기 ▦원치 않는 음주를 확실하게 거부하자는 의미의 ’세이 노’(Say No) 캠페인 실천하기 ▦음주 이외 다른 놀이문화 찾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과음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심각하게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상을 잠시나마 해보면서, 가족ㆍ친척 내 ‘절주 홍보대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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