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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업계 "북한 감염병 진단, 우리 기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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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업계 "북한 감염병 진단, 우리 기술로"

입력
2018.09.19 16:09
수정
2018.10.19 17: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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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재계의 대북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제약ㆍ바이오 업계도 북한 진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을 확보했으나 선진 의료시장의 진입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ㆍ벤처 바이오 기업들에 북한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북한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질병 진단이나 백신 제조 기술이 꼽힌다. 북한이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만큼 고가의 의약품이나 의료장비보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먼저 공급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업계에선 감염성 질환 진단 기술이 북한에 시급히 필요하다고 본다. 감염성 질환은 결핵이나 독감, 간염 등처럼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해 일으키는 병이다. 일부 감염성 질환은 호흡기나 음식을 통해 주민들 사이에 쉽게 전파되지만, 북한 의료시설에선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진단 없이 약부터 처방하다 보니 약에 대한 내성도 심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성 질환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3.5배(2012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의료진단기업 피씨엘(PCL)은 자체 개발한 감염성 질환 진단 기술을 공급하면 북한의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PCL은 결핵이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간염 같은 다수의 감염성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소연 PCL 대표는 “국제 구호기구 등에서 북한에 첨단기기를 수 차례 지원했지만, 외국 제품은 소모품 공급이나 유지보수가 이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다국적기업의 기기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의료계는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신생 바이오 기업에 북한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바이오플러스' 행사에서 김소연 PCL 대표가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에 대한 자료를 보며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바이오협회 제공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바이오플러스' 행사에서 김소연 PCL 대표가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에 대한 자료를 보며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바이오협회 제공

북한 주민들의 유전자나 체질이 우리와 유사하다는 점도 바이오 기업에 기회다. 외국에 진출하려면 국내 임상시험을 마쳤어도 현지 임상을 별도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에선 국내 임상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거라는 판단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다만 바이오 관련 북한의 규제 체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치밀한 보완책을 갖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체정밀의학기업 마크로젠은 현재 추진 중인 한국인 유전체 프로젝트를 북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유전체 센터 설립을 구상 중”이라며 “남북한 사람들의 유전자와 질병 정보를 합쳐 한민족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새로운 미래형 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이나 혈액제제, 진단 시약 같은 기본 의약품이나 원료를 공급하는 방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고민 중”이라며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들의 성장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이나 바이오 기술이 안착하려면 먼저 전력이나 유통망 같은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북한 의료 실정을 상세히 모르는 만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황상섭 대한약사회 제약유통위원장은 “바이오 산업은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발전할 수 있다”며 “너무 앞서갈 필요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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